가지런한 시조

녹색시인 녹색시조(12)

시조시인 2022. 1. 15. 07:44

      히말라야를 오르며

                          김 재 황


너무나 숨이 차다 홀로 가는 내 발걸음
지나온 산길 위로 젖은 바람 또 눕는데
그 높은 나의 봉우리 하얀 눈이 빛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빛 맑은 그 자리에 
말없이 삶을 새긴 어느 설인 큰 발자국
아직껏 굽은 호 위에 빈 고요로 머문다.

볼수록 몸을 틀고 멀리 펼친 저 산줄기
새겨진 주름인 양 저물어 간 하늘 아래
감춰 온 나무 한 그루 늙어서야 꽃핀다.


[시작 메모]

 전업 문인으로 살아가는 내 길이 마치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가는 것 같다.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해발 7,300미터 이상의 높은 봉우리가 30여 개나 분포한다고 한다. 이 산지의 정상 부근은 언제나 눈으로 덮여 있다. 눈으로 덮인 곳을 신성하게 여기는 성지순례 등산가들이 이 산맥을 ‘히말라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산스크리트어(語)로 ‘히마’(hima)는 ‘눈’이란 뜻이고 ‘알라야’(ãlaya)는 ‘보금자리’ 또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품 ‘히말라야를 오르며’ 역시 기본형이다. 이번에는 첫 수에 대한 기본형 각 음보의 음절수를 음양(陰陽)으로 다시 짚어 보고자 한다. 초장은 각 음보가 ‘3 4 4 4’이다. 그러므로 초장의 음양은 ‘양 음 음 음’이다. 중장도 그와 같이 음양이 ‘양 음 음 음’이다. 둘 모두 음 쪽이다. 그러나 종장의 각 음보는 각각 ‘양 양 음 양’이다. 양 쪽이다. 이렇듯 종장이 달라짐은 내재율의 변용을 나타낸다. 이것 때문에 비로소 일행직류(一行直流)의 단순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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