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꽃 이미지
김 재 황
손가락 깊이 걸며 두 맘 맞춘 보름날밤
둥글고 널따란데 임 안 오면 가시 방석
한낮에 빈 달 챙기듯 붉은 심지 돋운다.
어쩌면 저 잎마다 푸른 징이 될지 몰라
큰 채로 힘껏 쳐라 저 하늘이 울리도록
예쁜 임 깊은 잠에서 맑은 눈이 뜨이게.
귓가에 바짝 대고 싫지 않게 나눈 말들
임 가니 옷 누비듯 찔러 대는 바늘인가,
껴안고 아픔 참을 때 세운 불꽃 사윈다.
[시작 메모]
수련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씨가 터서 나오는 잎은 화살 모양인데 작지만 그게 길둥글게 되었다가 점차 큰 잎이 나오기 시작하여 다 자라면 둥글게 되고 양면 잎맥 위에 가시가 돋는다. 그리고 여름에 잎 사이에서 가시가 돋은 꽃줄기가 길게 나와서 자줏빛 꽃이 피는데 낮에는 벌어졌다가 밤에는 닫힌다. 열매는 장과로 늦가을에 달리고 둥글거나 길둥근데 겉에 가시가 있다. 이처럼 가시가 많아서 그 이름을 얻었다. 씨를 약재로 쓰고 ‘검실’(芡實)이라고 부른다.
작품 ‘가시연꽃 이미지’도 기본형을 이룬 ‘가지런한 연시조’이다. 기본형 각 음보의 음절수에 따른 내재율을 다시 한 번 형상화(形象化)해 보면, 통에서 화살 하나를 뽑는 게 바로 ‘흐름’이고, 그 화살을 활시위에 거는 게 바로 ‘굽이’이며, 그 화살과 함께 활시위를 당기는 게 바로 ‘마디’이고, 힘껏 당겼던 활시위를 과녁을 겨냥하여 놓는 게 바로 ‘풀림’이다. 어찌 그뿐인가. 도리깨질에서 도리깨를 잡고(流) 올리고(曲) 휘추리를 돌리고(節) 내려침(解)이 또한 그렇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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