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녹색시인 녹색시조(13)

시조시인 2022. 1. 16. 07:47

        동학사에서

                          김 재 황


골짜기 가린 숲에 머문 새는 멀어지고
꿈결에 뒤척이면 솔 냄새가 이는 바람
천수경 외는 소리만 기둥 위로 감긴다.

어둠을 밝혀 가는 믿음이 곧 하늘이라
구름은 문을 열어 저승까지 환한 달빛
관세음 젖은 눈길이 고운 미소 남긴다.

그림자 끌던 탑이 별자리에 앉고 나면
버려서 얻은 뜻은 산 마음을 따라가고
숙모전 가려운 뜰도 물빛 품에 담긴다. 


[시작 메모]

 동학사(東鶴寺)는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에 있는 남북국시대 통일 신라의 승려 ‘상원’(上願)이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이 절의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그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있다. 1864년 봄에 금강산에 있던 ‘만화 보선’(萬化 普善)이 이 절에 와서 옛 건물을 모두 헐고 건물 40칸과 초혼각 2칸을 지었는데 초혼각은 1904년에 숙모전(肅慕殿)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6.25 전쟁으로 옛 건물이 불타고 1960년 이후에 서서히 중건되었다고 한다.
 운(韻)이란 말을 들어 보았는가. 사전에 ‘운’(韻)은 ‘소리와 음조(音調: 시에서 풍기는 소리의 느낌)가 비슷한 시행(詩行)의 끝 부분’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작품 ‘동학사에서’를 지을 때에 종장 외구 마지막 음보(또는 소절)의 ‘운’(韻)을 맞춰 보고자 했다. 첫 수의 ‘감긴다.’와 둘째 수의 ‘남긴다.’는 비교적 쉽게 얻었으나, 셋째 수의 ‘담긴다.’는 매우 어렵게 얻었다. 그렇게 넣고 보니, ‘적중어’(的中語)가 되었다. 이를 가리켜서‘일발필중’(一發必中)이라고 한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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