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모과나무
김 재 황
바람이 슬쩍 불고 옷자락이 풀어지면
수줍게 내비치는 얼룩얼룩 고운 살결
여인네 짙은 살내가 물빛으로 스민다.
볼우물 살짝 보인 얼굴이야 갸름하고
연분홍 물든 뺨에 눈웃음을 짓다가도
공연히 입술 깨물며 돌아서는 느낌이-
생김은 서러우나 따뜻하게 짓는 빛깔
더위가 목마름을 날리고서 살린 입맛
가을을 맞는 보람이 향긋하게 익는다.
[시작 메모]
모과나무는 중국이 고향이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즉, ‘모과나무’란, ‘모과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이다. ‘모과’는, 중국에서 ‘목과’(木瓜)라고 쓰는데, 우리는 ‘모과’라고 읽는다. 이 ‘과’(瓜)는 ‘오이’나 ‘참외’를 뜻한다. 그러므로 ‘나무에 달리는 참외’라는 뜻이다. 특히 ‘모과’는 향기가 좋다. 벌레 먹고 못생긴 것일수록 향기가 높다. 넓은 잎이고 중간큰키나무인데, 줄기 빛깔은 보랏빛을 띤 갈색으로 미끄러운 느낌이 든다.
시조를 짓는 시작(詩作)은 길(道)을 닦는 일과 거의 같다. 아니, ‘탈속하여 스님이 되는 것과 같이’ 비장한 결심이 있어야 한다. 시(詩)는 아름다움의 추구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그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삶의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반드시 작품과 행동이 그 내용면에서 일치해야 한다. 시인에게는 휴식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시를 쓰는 일뿐이다. 시인은 낮은 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또 그들의 불빛이 되어 주어야 한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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