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디쓴 소태나무
김 재 황
어깨를 늘어뜨린 어느 사람 걷는 모습
흰 달빛 내린 골목 접어들고 있었는데
숨어서 검은 그림자 따르는 듯 두렵다.
바람이 불어오면 이웃 사람 사는 얘기
나쁜 말 모두 빼고 소곤소곤 건넸지만
들어서 참을 수 없는 구설수가 떠돈다.
아픔이 나으려면 가장 쓴 약 먹으라니
잠 실린 전봇대에 까마귀가 와서 울고
강물에 헹군 옷들이 자갈 안고 마른다.
[시작 메모]
소태나무는, ‘소의 태’처럼 쓰다고 하여 그 이름이 생겼다고 하나, 나는 결코 승복할 수가 없다. 내가 알기에, ‘소의 태’는 질기기만 할 뿐 별다른 맛은 없다. 다만, 내가 짐작하기로는 ‘솟대를 만드는 나무’라는 뜻으로 ‘솟대나무’가 되었다가 나중에‘소태나무’로 변한 게 아닌가 한다. 소태나무는 낙엽활엽 소교목이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분포하며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소태나무의 특징은 온 그루에 지닌 쓴맛이다. 모두가 약재이다. 특히 껍질은 소화제로 쓰인다.
시조 시에 쓰이는 글은, 산문에 쓰이는 글과 다르다. 시는 ‘아름다운 율동의 창조물’이란 말이 있듯이, 시의 글은 ‘리듬을 지닌 글’이어야 한다. 이를 가리켜서 ‘운문’(韻文)이라고 한다. ‘운’(韻)이란 한자는, ‘소리가 둥글고 고르게 잘 어울리는 것’을 나내는 글자이다. 비유하건대, 산문을 ‘밥’이라고 한다면 운문은 ‘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는 ‘먹기 좋은 떡’처럼 알맞은 크기여야 한다. 길게 한 줄로 쓰지 말고, 특히 시조는 반드시 3장으로 나누어야 한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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