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득 사시나무
김 재 황
홑적삼 걸치고서 골짝 안에 나서던 날
바람이 불어오니 꿈속 길은 그냥 멀고
눈감고 흔들거리며 십 리 앞을 짚는다.
좁은 내 모여들어 큰 강물을 이루는데
굽이를 돌아가면 또 한 굽이 나타나고
떨리는 어깨춤 너머 논 뜸부기 땀난다.
갑자기 일어서면 저 산 멀리 물러서고
하늘이 가슴 치면 다시 저린 오금이여
파드득 작은 날개로 저승 밖을 넘본다.
[시작 메모]
사시나무는, 잎줄기가 가늘고 긴 ‘사시랑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본다. ‘사시랑이’란, ‘가늘고 약한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킨다. 가늘고 약한 ‘사시랑이 잎줄기’에 달린 나뭇잎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벌벌 떨게 된다. 그래서 ‘사시나무 떨 듯 한다.’라는 말도 있다. 사시나무는 낙엽활엽 교목이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 식물로, 보기에 수나무는 길쭉한데 암나무는 키가 작고 통통하다. 일본에서는 ‘산을 시끄럽게 하는 나무’라고 한다.
시조(시)는 논픽션이다. 그래서 정직해야 한다. 게다가 그 작품은 창작한 시인의 품격을 그대로 나타낸다. 그렇기에 시인은 높은 품격의 시를 창작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마음을 항상 아름답고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독자가, 작품 한 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 시인까지 잘 알아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우스개로 작품을 짓거나 작품에 욕설을 넣는다면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러한 시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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