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녹색시인 녹색시조(28)

시조시인 2022. 1. 31. 07:34

        잘생긴 백합나무

                            김 재 황


어느 날 좋은 벗과 와우산을 오르다가
옛 바람 부르기에 힘든 걸음 멈췄는데
거기서 우린 보았지 아름다운 이 나무.

잘 빠진 여인처럼 매끈하게 뻗은 줄기
임이나 만난 듯이 안아 봐도 괜찮을까
우리는 꿈길 속에서 부신 눈을 감았지.

강물은 또 흘러서 저 바다에 닿았지만
넌 아직 젊음 안에 마음결을 적시었고
늦었지 너무 늙었지 우린 함께 슬펐네.


[시작 메모]

 백합나무는 ‘그 꽃이 백합을 닮았다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 일명 ‘튤립나무’라고도 한다. 꽃의 지름이 4~5 센티미터 가량 된다. 나무가 크고 숨기고 있기에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백합나무의 아름다움은 잘 뻗은 줄기에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매끈한 다리! 그래서 나는 특히 백합나무를 사랑한다. 이 나무는 겉으로 보아서 ‘포플러’ 나무와 아주 닮았다. 그래서 ‘노란 포플러’(yellow poplar)라고도 부른다. 잎이 황록색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시조를 짓거나 시를 쓰는 일은 적당히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직 그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영혼을 불사르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시조를 짓거나 시를 쓴다고 해서 시인이 되는 게 아니다. 시인이기에 시조를 짓거나 시를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작품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작품을 얻는다. 시인은 늘 시적(詩的)으로 생각하고 시적(詩的)으로 말하며 시적(詩的)으로 행동한다. 삶 자체가 곧 시(詩)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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