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22장, 휘어지면 고스란하게 되고(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19. 12:45

길- 제22장

휘어지면 고스란하게 되고 





 휘어지면 고스란하게 되고 구부리면 바르게 된다. 우묵하면 고이게 되고 깨지면 새롭게 된다.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하나를 껴안아서 하늘 아래의 본보기로 삼는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그 까닭에 밝다. 스스로 옳다고 하지 않으니, 그 까닭에 빛난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니, 그 까닭에 ‘애쓴 보람’이 있다.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그 까닭에 어른이다.
 무릇 오직 다투지 않는다. 그 까닭에 하늘 아래 그와 함께하여 다툴 수가 없다. 예로부터 이른바 ‘휘어지면 고스란하게 되는 것’이 어찌 헛된 말이겠는가. 참으로 고스란하게 되는 것과 같이 되돌아가게 된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敝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 爲天下式. 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故長.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곡즉전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다즉혹. 시이성인포일 위천하식. 부자현고명. 부자시고창. 부자벌고유공. 부자긍고장.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뜻 찾기]
 ‘곡즉전’(曲則全)에서 ‘곡’은 ‘굽다’ ‘휨’ ‘굽히다’ ‘자세하다’ ‘간절하다’ ‘옳지 않다’ ‘자질구레하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휨’을 고른 후에 ‘휘어지다’라고 했다. 그리고 ‘전’은 ‘온전하다’ 또는 ‘온전히 하다’ 등의 뜻을 택하여 ‘고스란하다’라고 했다. 또, ‘왕즉직’(枉則直)에서 ‘왕’은 일반적으로 ‘굽히다’의 뜻을 쓰고 있기에, 나는 ‘구부리다’로 했다. 그리고 ‘직’은 ‘곧다’ ‘바른 길’ ‘바른 행실’ ‘바르다’ ‘맞다’ ‘시중들다’ ‘다만’ ‘곧’ ‘즉시’ ‘일부러’ 등의 뜻을 지닌다. 그러나 나는 그중에서 ‘바르다’를 택했다. 그리고 ‘폐즉신’(敝則新)에서 ‘폐’는 ‘해지다’ ‘떨어짐’ ‘깨지다’ ‘부서짐’ ‘피폐하다’ ‘지치다’ ‘버리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깨지다’를 골랐다. 일반적으로 ‘폐’는 ‘해지다’나 ‘낡다’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인포일’(聖人抱一)에서 ‘포일’은 ‘길(道)을 꾸준히 지니어 나감’의 뜻이라고 한다. 즉, 이는 ‘길(道) 하나만을 굳게 지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나는 제10장의 ‘재영백포일’(載營魄抱一)에서와 같이 ‘하나를 껴안는다.’라고 하였다. ‘위천하식’(爲天下式)에서 ‘식’은 ‘표준이나 모범’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냥 ‘본보기’로 했다. ‘유공’(有功)은 ‘공이 있다’라는 말인데, 나는 ‘공’을 ‘공적’(功績)이라고 풀어서 ‘애쓴 보람’이라고 했다. 또, ‘장’(長)은 ‘영원하다’ ‘우두머리가 되다’ ‘길다’ 등으로 많이 쓰지만, 나는 ‘어른’이라고 했다.
 ‘막능여지쟁’(莫能與之爭)은, ‘능히 그와 더불어 다툴 사람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그 뜻을 참고하여 ‘그와 함께하여 다툴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전이귀지’(全而歸之)는 ‘온전히 지녔다가 다시 돌려준다.’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는, ‘성인은 겸손함으로써 자신을 온전히 보전하여 길(道)에 귀착된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나는 ‘이’의 뜻을 밝혀서 ‘고스란하게 되는 것과 같이’라고 하였다.


[나무 찾기]
 ‘곡즉전 왕즉직’(曲則全 枉則直, 휘어지면 고스란하게 되고 구부리면 바르게 된다.)에서 나는 ‘버드나무’(Salix koreensis)를 생각하게 된다. 버드나무는, ‘가늘고 휘어지는 가지가 실바람에도 하느작거리므로 부드럽고 연약한 것을 나타내는 나무’가 되었다. 버드나무의 작은 가지는 밑으로 처지나 늘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치렁치렁 푸른 머리 늘이고서
삼거리에 나와 있는 저 과년한 능수버들
어느 임 기다리는지 또 하루가 저뭅니다.

흙먼지 날리면서 말굽 소리 달려올까
땅거미 지는 속을 눈비비고 다시 보는
그 모습 가물거리듯 귀엣말이 들립니다.

언제쯤 오겠다는 기별조차 아직 없어
그믐달로 키만 크는 마음 어둔 여심이여
발걸음 그냥 못 떼고 시 한 수를 남깁니다.
-졸시 ‘천안 삼거리에서’ 전문

 ‘버드나무’는, 원래 그 가지가 부드럽다고 하여 ‘부들나무’라고 하였는데, ‘부들나무’가 ‘버들나무’로 변하고, 또다시 ‘버들나무’가 변해서 ‘버드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뭇과에 속하고 우리나라 각처에 사는 갈잎큰키나무이다. 높이는 20미터까지 자라고 가슴높이 지름은 80센티미터에 달한다. 줄기의 껍질은 암갈색이며 얕게 터진다. 작은 가지는 밑으로 처지고 황록색으로 털이 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없어진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10년생에서 30년쯤 되는 젊은 나무가 아름답다. 다른 나무는 늙을수록 그 나름대로 웅장한 멋을 느낄 수 있으나 버드나무는 늙게 되면 몸매가 흐트러진다. 옛날에 중국에서는 버드나무 부드러운 가지를 ‘이쑤시개’로 사용했다고 전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