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25장, 섞여서 이루어진 것(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0. 13:32

길- 제25장

섞여서 이루어진 것





 섞여서 이루어진 것이 있는데, 하늘과 땅보다도 먼저 있게 되었다. 아무 소리도 없고 휑하게 비었구나! 홀로 서서 고치지 아니하고 두루 다니지만 위태롭지 아니하니, 말 그대로 하늘 아래의 어머니를 삼기에 마땅하다.
 나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하여 글자로 이르기를 ‘길’이라고 말하며, 억지로 이름을 붙여서 ‘크다’라고 말한다. ‘큼’은 ‘앞으로 가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감’은 ‘멀어지다’라고 말하고 ‘멀어짐’은 ‘돌이키다’라고 말한다.
 그 까닭에 길이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왕도 또한 크다. 나라 안에는 네 가지 큰 게 있고, 왕이 그 하나에 들어 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길을 본받고 길은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而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유물혼성 선천지생. 적혜료혜! 독립이불개 주행이불태 가이위천하모. 오부지기명 자지왈도 강위지명왈대. 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고도대 천대 지대 왕역대 역중유사대 이왕거기일언.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뜻 찾기]
 ‘유물혼성’(有物混成)에서 ‘혼’은 ‘혼돈’(混沌)이니 ‘하늘과 땅의 나누어지기 이전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원물(原物) 상태’라는 뜻이고, ‘성’은 ‘이루어졌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혼성’은 ‘혼돈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라고 풀이한단다. 그러나 나는 간단하게 ‘섞여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적혜료혜’(寂兮寥兮)에서 ‘적’은 ‘고요하다’ ‘쓸쓸함’ ‘편안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고요하다’를 골라서 ‘아무 소리도 없다.’라고 풀었다. 그리고 ‘료’는 ‘쓸쓸하다’ ‘잠잠하다’ ‘비다’ ‘휑하다’ ‘하늘’ ‘허공’ ‘깊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비다’와 ‘휑하다’를 택하여 ‘휑하게 비다’라고 했다. 또, ‘독립이불개’(獨立而不改)에서 ‘독립’은 길에 필적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홀로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개’는, ‘길은 언제나 그 활동을 다르게 하지 않는다.’라는 것으로서 ‘길의 항존성(恒存性)’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독립이불개’를 ‘홀로 서서 고치지 않는다.’라고 풀었다.
‘대왈서’(大曰逝)에서 ‘서’는 ‘가다’ ‘앞으로 가다’ ‘빠르다’ ‘영원히 가다’ ‘죽음’ ‘미치다’ ‘날다’ ‘덜다’ ‘피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앞으로 가다’를 택했다. 그리고 ‘서왈원’(逝曰遠)에서 ‘원’은 ‘멀다’ ‘멀어지다’ ‘선조’ ‘멀리하다’ ‘심오하다’ ‘깊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멀어지다’를 골랐다. 또, ‘원왈반’(遠曰反)에서 ‘반’은 ‘돌이키다’ ‘되받다’ ‘되풀이하다’ ‘거듭하다’ ‘반대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돌이키다’를 택했다.
 ‘역중’(域中)에서 ‘역’은 ‘지경’ ‘나라’ ‘경계 짓다’ ‘묘지’ ‘유지하다’ ‘지님’ 등의 뜻을 가진다. 나는 그중에서 ‘나라’를 골랐다. 일반적으로 ‘역중’은 ‘우주 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인법지’(人法地)나 ‘지법천’(地法天) 등에서 ‘법’은 ‘본받다’로 널리 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나도 그대로 따랐다.


[나무 찾기]
 ‘오부지기명 자지왈도’(吾不知其名 字之曰道, 나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하여 글자로 이르기를 ‘길’이라고 말한다.)에서 나는 문득 대나무를 생각하게 되고 대나무 중에서도 ‘솜대’(Phyllostachys nigra var. henonis)를 떠올리게 된다. 또, 솜대 중에서도 줄기가 검은 것을 ‘오죽’(烏竹, P. nigra)이라고 하며, 환경에 따라 색깔이 다르나 황색 줄기에 흑색 반점이 있는 것을 ‘반죽’(班竹, for. punctata)이라고 한다. 칼집 모양으로 된 잎에 잔털이 있는 ‘관암죽’(P. compressa)도 있다.

하늘로 뻗어 가는 마디마다 가쁜 숨결
마음을 비워 세운 지조의 뼈대더니
수리검 뽑은 잎으로 겨울 앞에 나선다.

어둠속 세상 앞에 누울 자리 더듬더니
오뉴월 서리 같은 외마디 비명 물고
장한몽 슬픈 꽃으로 그 한 목숨 버린다.
-졸시 ‘대나무’ 전문

 물론, ‘솜대’는 중국 원산이다. 한명(한명)으로는 ‘청대죽’(靑大竹) ‘청죽’(靑竹) 등으로 부른다. 그 밖에도 ‘맹종죽’(Phyllosstachys edulis)이 있는데 이 또한 중국 원산이다. 나는, 아름다운 맹종죽(孟宗竹)의 숲을 고창읍성에서 본 적이 있다. 
 아무튼 이 모두를 가리켜서 중국에서는 ‘죽’(竹)이라고 한다. 이 ‘죽’이라는 한자는 ‘그 가운데 잎이 아래로 드리워진 모양’을 본떴다고 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모두를 ‘대나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줄기가 대처럼 길게 자라기 때문이다. ‘대’란 ‘가늘고 긴 막대의 총칭’이다. 그런데 대(竹)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정말로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하여 그저 ‘대나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