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1. 12:46

         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나무가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례로 더욱 환하게 눈을 감는다
아, 나는 그예 빚을 지고 마는구나.

그가 말없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서
치자꽃 향기 살며시 날개를 편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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