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나무가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례로 더욱 환하게 눈을 감는다
아, 나는 그예 빚을 지고 마는구나.
그가 말없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서
치자꽃 향기 살며시 날개를 편다.
(1998년)
'대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성대/ 김 재 황 (0) | 2022.02.22 |
---|---|
그리는 별/ 김 재 황 (0) | 2022.02.21 |
은행나무 사연/ 김 재 황 (0) | 2022.02.21 |
낚시의 리듬/ 김 재 황 (0) | 2022.02.20 |
나의 굴거리나무/ 김 재 황 (0) | 2022.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