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사연
김 재 황
오늘도 은행나무는 왜 저리
길거리에 나와 섰는 줄이나 아십니까
가고 오는 사람들은 많아도
한 자리에 머물려는 사람은 없는데,
그리 곱던 잎 모두 떨구고
저 키 큰 은행나무가 왜
그림자를 끌며 섰는 줄이나 아십니까.
멀리 떨어져 있는 은행나무의 정담은
바람이 안아다가 들려주고
아무리 멀어도 사랑의 선물이라면
또한 바람이 업어다가 척 전해주건만,
매연에 매운 눈을 훔치면서
저 늙은 은행나무가 왜
발을 구르며 섰는 줄이나 아십니까.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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