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길 멀어도
김 재 황
나무가 길을 간다,
어둠 속에 발을 담그고 꿈길을 간다,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날며
나무를 유혹하는 휘파람새의 노래
아지랑이가 알 듯 모를 듯 눈짓하고
실바람은 보일 듯 말 듯 손짓하는 곳
부르르 잎을 떨며 나무가 간다,
강물은 땅에서만 길을 여는가,
구름속 달이 살짝 덧니를 보이는데
부스스 깨어난 별이 보조개를 짓는데
그래, 이 밤길이 아무리 멀어도
나무는 흘러 흘러 꽃길을 간다,
한 치 두치 어렵게 키를 늘이며
뜨거운 얼굴 만나러 간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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