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
김 재 황
굴뚝이 없으니
굴뚝새는 날아갈 곳이 없다,
모처럼 고향을 찾았는데
동구 밖 정자나무는 이제 너무 늙어서
말귀를 통 알아듣지 못한다,
옛일조차 물을 수가 없어서 낭패다
전에는 그리 명랑했던 냇물이
시무룩이 쉬엄쉬엄 산길을 내려온다,
반짝임이 없다, 눈빛이 죽었다,
굴뚝새는 서러워서 울고
몇 그루 싸리나무가 눈시울을 붉힌다,
낮은 굴뚝을 겨드랑이에 끼고
졸던 초가집이 앉았던 자리는 어디인가,
밤이면 별이 떨어져 묻히던 곳
굴뚝새는 여기저기 땅을 헤집다가
흙 묻은 별 조각 하나 물고 돌아와서
교회 첨탑 꼭대기에 걸어놓는다,
오늘은 그게 시가 되어 빛난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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