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31장, 무릇 훌륭한 '칼이나 활'이라는 것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2. 12:38

길- 제31장

무릇 훌륭한 ‘칼이나 활’이라는 것은





 무릇 훌륭한 ‘칼이나 활’이라는 것은 좋지 못한 연장이다. 모든 것이 언제나 그것을 미워한다. 그 까닭에 길이 있는 사람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진 사람’은, ‘사는 곳’에 있어서 왼쪽을 빼어나게 여기나, ‘나라 싸움을 하는 곳’에 있어서는 오른쪽을 빼어나게 여긴다. 
 ‘칼이나 활이라는 것’은 좋지 못한 연장이니 ‘어진 사람’의 연장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면 찬찬하고 싱겁고 맑게 함이 가장 좋다. 이겨도 아름답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이 바로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무릇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사람은 끝내는 하늘 아래 뜻을 얻을 수 없다.
 좋은 일에는 왼쪽을 높이고 나쁜 일에는 오른쪽을 높인다. 편장군은 왼쪽에 자리 잡고 상장군은 오른쪽에 자리 잡으니, 이는 ‘상중의 예절’로서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을 죽였으면 불쌍히 여김으로써 슬프게 울어 주고, 나라 싸움에서 이겨도 ‘상중의 예절’로서 머무른다.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似得志於天下矣.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 以喪禮處之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오지 고유도자불처. 군자거즉귀좌 용병즉귀우. 병자 불상지기 비군자지기. 부득이이용지 염담위상. 승이불미 이미지자 시락살인. 부락살인자 즉불가사득지어천하의. 길사상좌 흉사상우. 편장군거좌 상장군거우 연이상례처지. 살인지중 이애비읍지 전승 이상례처지)


[뜻 찾기]
 ‘부가병자’(夫佳兵者)에서 ‘가병’은 ‘훌륭한 무기’, 즉 ‘칼이나 활’을 말한다고 한다. ‘가’란 ‘우수하고 좋다.’라는 뜻이란다. 나도 이에 따랐다. 그리고 ‘불상지기’(不祥之器)에서 ‘상’은 ‘상서롭다’ ‘복’ ‘좋다’ ‘재앙’ ‘조짐’ ‘요괴’ ‘제사 이름’ ‘자세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좋다’를 골랐다. 또, ‘기’는 ‘그릇’이라는 뜻이지만, 이번에는 앞의 말에 어울리게 ‘연장’을 택했다. 그런가 하면, ‘물혹오지’(物或惡之)에서 ‘물’은 ‘세상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물’을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불처’(不處)는 ‘거기에 편안히 있지 않다.’라는 뜻이라는데, 여기에서는 ‘무기 사용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비군자지기’(非君子之器)에서 ‘군자’는 시경(詩經)의 경우에 ‘사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공자는 이 말을 격상하였다. 그에 따라 나는 ‘군자’를 ‘어진 사람’이라고 풀었다. 또, ‘부득이이용지’(不得已而用之)에서 ‘부득이’는 앞의 ‘30장’의 ‘이루지 못하고 말게 된다.’를 버리고 ‘어쩔 수 없다.’라는 풀이를 택했다. 그리고 ‘염담위상’(恬淡爲上)에서 ‘염’은 ‘편안하다’ ‘조용하다’ ‘침착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침착하다’를 골라서 ‘찬찬하다’라고 풀었다. 또, ‘담’은 ‘묽다’ ‘물 맑다’ ‘싱겁다’ ‘담백하다’ ‘담담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담담하다’를 골라서 ‘싱겁고 맑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염담’은 ‘아무런 욕심이 없는 담담한 모양’ 또는 ‘욕심이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승이불미’(勝而不美)에서 ‘미’는 ‘찬미’ 또는 ‘잘하였다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냥 ‘아름답다’라고 풀었다. 또, ‘이미지자’에서 ‘이’(而)는 ‘Becouse’의 뜻으로 풀었다.

[나무 찾기]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오지’(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무릇 훌륭한 ‘칼이나 활’이라는 것은 좋지 못한 연장이다. 모든 것이 언제나 그것을 미워한다.)에서 나는 불현듯 ‘화살나무’(Euonymus alatus)를 생각한다. 

시름을 떨치려고 산기슭을 올라가면
날 보자 홰를 치는 산새들의 울음소리
사랑도 깃을 세워서 붉은 아픔으로 떤다.

널찍한 가슴마다 날아가 꽂히는 화살
잠을 깬 숲과 숲은 그리움이 차올라서
잎들의 푸른 거울에 둥근 얼굴 비친다.

뺨 붉혀 돌아서던 그 시절이 다 지나고
알몸에 지녔는가, 이지러진 과녁이여
고독만 줄을 당겨서 추운 산바람을 탄다.
-졸시 ‘화살나무’ 전문


 화살나무는, 줄기에 두 줄에서 네 줄까지 달린 코르크의 날개가 있는데, 그게 ‘화살에 붙이는 날개의 모양과 같다.’라는 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화살로는 주로 대나무가 사용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적’(荻)이라는 ‘갈대’로도 만들었다고 하며 ‘호’(蒿)라는 ‘쑥대’로도 만들었다고 한다.
 화살나무를 보면 그 생긴 모습이 참으로 이상하기만 하다. 줄기와 가지에 코르크의 세로로 된 날개 같은 것이 몇 줄로 마주 보며 나 있어서 마치 화살에 붙인 날개를 연상하게 만든다. 더욱이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는 그 알몸이 환하게 드러나기에 그 모양이 더욱 이채롭다. 몸빛이 회갈색이어서 부드러운 느낌마저 있고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기에 신비스럽기만 하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