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제33장
몸소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남을 아는 사람은 ‘슬기롭다’라고 하나, 몸소 스스로 아는 사람은 ‘밝다’라고 한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다’라고 하나, 몸소 스스로 이기는 사람은 ‘굳세다’라고 한다.
넉넉할 줄 아는 사람은 가멸차고, 굳세게 걸어가는 사람은 뜻이 있다.
그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길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은 오래 가고, ‘죽더라도 달아나지 않으려는 사람’은 오래 산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불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뜻 찾기]
‘자지자’(自知者)는 ‘자기 자신의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몸소 스스로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논어(論語)에 보면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불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이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능하지 못함을 근심하라.’라는 뜻이다. 물론, ‘환기불능야’에는 ‘남이 나를 알아줄 만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자승자’(自勝者)는 ‘자기의 욕망이나 감정 등을 극복해 내는 사람’을 이른다고 한다. 인도의 ‘담마파다’(Dhammapada)를 보면, ‘싸움터에서 백만 명과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오직 자기 한 사람을 이기는 것이 진실로 가장 큰 승리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물론, 이는 ‘싯다르타’가 한 말이다.
‘지족자부’에서 ‘부’는 ‘가멸다’(재산이 많고 살림이 넉넉하다.)의 뜻을 지닌다. 나는 이를 ‘가멸차다’라고 풀었다. ‘강행자’(强行者)에서 ‘강행’은 ‘힘써서 전진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글자대로 ‘굳세게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불실기소자’(不失其所者)는 ‘그가 처신해야 할 올바른 위치를 지키어서 잃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서 ‘자기 분수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그저 글자 그대로 ‘그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길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라고 했다. 즉, ‘소’는 ‘바’ ‘것’ ‘곳’ ‘장소’ ‘경우’ ‘도리’ ‘사리’ ‘얼마쯤’ ‘있다’ ‘거처함’ ‘만일’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도리’를 골라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길’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사이불망자’(死而不亡者)는 다른 기록에 그냥 ‘사이불망’이라고 되어 있기도 한데, 이는 ‘죽을 각오를 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나는 이를 ‘죽더라도 달아나지 않겠다는 사람’이라고 풀었다. ‘망’이 ‘달아나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찾기]
‘승인자유력 자승자강’(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다’라고 하나,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굳세다’라고 한다.)이라는 문구에서 나는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를 생각한다. 아마도 ‘모감주 열매인 금강자(金剛子)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인 듯싶다. 염주는, 자신을 이기기 위한 수련에 반드시 있어야 할 물건이다.
입성이 푸른 날에 그늘을 내리고 서면
바람을 보고 웃는 낮달 같은 얼굴들도
서둘러 꿈길로 떠나고 일어서는 수숫대.
황금빛 비가 와서 눈이 부신 마음자리
불꽃이 타고 있는 깨우침의 기쁨으로
무거운 숲의 침묵을 훔쳐보는 눈길이여.
초롱을 드는 손이 어둠 앞에 떨고 나서
검어도 사리 닮은 염주 알을 목에 걸면
별 바라 마음을 밝히고 무너지는 낟가리.
-졸시 ‘모감주나무’ 전문
모감주나무는, ‘묘감주’(妙敢珠)라는 고승을 기리기 위하여 그 스님의 이름을 이 나무에 붙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묘감주나무’였는데 그게 변해서 ‘모감주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 불교에서는 보살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묘각’(妙覺)이라는 칭호가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묘각’에 염주를 의미하는 ‘주’(珠) 자가 붙어서 ‘묘각주나무’가 되었는데, 그 후에 이 이름이 변해서 ‘모감주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모감주나무의 열매로는 염주를 만든다. 그 외의 몇 나무의 열매로도 염주를 만들기는 하나, 모감주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고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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