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45장
크게 이룬 것은 이지러진 것 같으나
크게 이룬 것은 이지러진 것 같으나 그 씀은 다함이 없고, 크게 찬 것은 텅텅 빈 것 같으나 그 씀은 멈춤이 없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솜씨 좋은 것은 서투른 것 같으며 아주 말을 잘하는 것은 말을 더듬는 것 같다.
움직이면 추위를 이기고, 고요하게 쉬면 더위를 이긴다. 맑고 고요함으로 하늘 아래 본보기를 삼는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躁勝寒 靜勝熱 淸靜 爲天下正
(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조승한 정승열 청정 위천하정)
[뜻 찾기]
‘대성약결’(大成若缺)에서 ‘결’은 ‘깨지다’ ‘이지러지다’ ‘빠지다’ ‘떠나다’ ‘망그러지다’ ‘부족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이지러지다’를 골랐다. 그리고 ‘기용불폐’(其用不弊)에서 ‘폐’는 ‘해지다’ ‘쓰러지다’ ‘나쁘다’ ‘다하다’ ‘지침’ ‘엎어짐’ ‘없애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다하다’를 택했다. 또, ‘대영약충’(大盈若沖)에서 ‘충’은 ‘온화하다’ ‘비다’ ‘공허함’ ‘조화되다’ ‘이르다’ ‘오르다’ ‘어리다’ ‘깊고 넓은 모양’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비다’를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기용불궁’(其用不窮)에서 ‘궁’은 ‘다하다’ ‘끝나다’ ‘멈추다’ ‘막히다’ ‘곤란하다’ ‘궁구하다’ ‘괴롭히다’ ‘책망하다’ ‘조사하다’ 등의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멈추다’를 골랐다.
‘대교약졸’(大巧若拙)에서 ‘교’는 일반적으로 ‘교묘하다’라고 풀이한다. ‘교묘하다’는 ‘능란하다’라는 뜻이고, 이는 ‘솜씨 좋다’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를 따랐다.
‘조승한’(躁勝寒)에서 ‘조’는 일반적으로 ‘부산하게 움직임’ 또는 ‘날뛰어 움직임’이라고 한다. ‘조’는 ‘성급하다’ ‘떠들다’ ‘시끄럽다’ ‘움직이다’ ‘거칠다’ ‘교활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움직이다’를 택했다. 또, ‘정승열’(靜勝熱)에서 ‘정’은 ‘고요하다’ ‘맑다’ ‘정밀하다’ ‘바르다’ ‘온화하다’ ‘꾀하다’ ‘쉬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고요하다’와 ‘쉬다’를 골라서 ‘고요하게 쉬다’로 풀었다. 이 말은, ‘더울 때에는 가만히 있는 게 최고’라는 의미이다.
‘청정’(淸靜)은 ‘맑고 고요함’인데 두 글자가 결국은 같은 뜻이다. 즉, 맑아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야 맑을 수 있다. 그리고 ‘위천하정’(爲天下正)에서 ‘정’은 ‘바른 것의 표준’이라고 한다. ‘정’은 ‘바르다’ ‘바로잡다’ ‘정하다’ ‘질정’ ‘순수’ ‘정사’ ‘듣다’ ‘본보기’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본보기’를 골랐다.
[나무 찾기]
‘대영약충 기용불궁’(大盈若沖 其用不窮, 크게 찬 것은 텅텅 빈 것 같으나 그 씀은 멈춤이 없다.)에서 ‘포구’가 눈앞에 떠오른다. 바다와 강을 안은 포구는 충만하나 빈 것 같다. 문득 ‘팽나무’(Celtis sinensis var. japonica)가 나타난다. ‘팽나무’를 일명 ‘포구나무’라고도 한다.
크게 꽉 찬 것 같지만
속이 텅텅 비어 있는 팽나무
그와 친해지려면
관심법을 배워야 한다.
어디가 아픈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그리고 지금쯤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나무를 만지지 않고서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를 통해
나의 길도 만날 수 있는 법
같은 길을 둘이 함께 걸어야
친구가 될 수 있는 법.
-졸시 ‘나무에게 관심법을’ 전문
팽나무는,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인 ‘팽목’(彭木)에서 빌려 왔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쓸 때는 이 ‘팽’ 자에 ‘나무’라는 뜻의 ‘목’(木) 부수(部首)가 붙는다. 아무튼 ‘팽’은 ‘강성하다’라는 뜻이니, ‘강성한 나무’라고 여기면 될 성싶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예전에는 팽나무 열매를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았다. 다시 말해서 팽나무 열매를 이용하는 ‘팽총’이 있었다. 작은 대나무 대롱의 양쪽 끝에 팽나무 열매를 한 알씩 밀어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한쪽에 꽂은 다음에 오른손으로 ‘탁’ 치면 다른 쪽의 열매가 ‘팽’하며 총알처럼 날아간다. 그래서 ‘팽총’이고, ‘팽총’이 되니 ‘팽나무’라고 부르게 된 게 아닐까. 팽나무의 한명(漢名)은 ‘팽목’ 외에도 ‘가목’(榎木) ‘거수’(欅樹) ‘박수’(朴樹) ‘박유’(樸楡) 등이 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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