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46장, 하늘 아래 길이 있으면(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7. 12:55

베풂- 제46장

하늘 아래 길이 있으면 





 하늘 아래 길이 있으면 ‘잘 달리던 말’이 물러나서 밭갈이하고, 하늘 아래 길이 없으면 ‘나라 싸움에서 수레를 끄는 말’이 들판에서 자란다.
 하고자 함을 따르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이 없고, 넉넉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없으며, 얻고자 하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 까닭에 넉넉함을 아는 넉넉함이면 늘 그러하게 넉넉하다. 

天下有道 卻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罪莫大於可欲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
(천하유도 각주마이분 천하무도 융마생어교. 죄막대어가욕 화막대어불지족 구막대어욕득. 고지족지족 상족의)


[뜻 찾기]
 ‘각주마이분’(卻走馬以糞)에서 ‘각’은 일반적으로 ‘물리치다’ 또는 ‘내치다’로 풀이되고 있다. ‘각’은 ‘물리치다’ ‘되돌아가다’ ‘물러나다’ ‘도리어’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물러나다’를 골랐다. 그리고 ‘주마’는 일반적으로 ‘잘 달리는 빠른 말’ 또는 ‘전장에서 달리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잘 달리는 말’이라고 풀었다. 또, ‘이분’은 ‘농사에 사역(使役)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 뜻에 따라 ‘밭갈이하다.’라고 풀었다. 그런가 하면, ‘융마생어교’(戎馬生於郊)에서 ‘융마’는 일반적으로 ‘군마’(軍馬)를 일컫는다고 한다. 나는, ‘융’을 ‘나라 싸움에 쓰이는 수레’로 보고 ‘융마’를 ‘나라 싸움에서 수레를 끄는 말’이라고 풀었다. 노자가 살았던 당시에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가 전쟁에 이용되었다. 이를 가리켜서 ‘승’(乘)이라고 했다. 앞의 제26장에 ‘내하만승지주’(柰何萬乘之主)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므로 ‘1만 채의 싸움 수레’를 지녔다면, 그에게 4만 마리의 말(軍馬)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앞의 ‘융마생어교’의 ‘교’는 ‘도성(都城) 또는 읍성(邑城) 밖의 가까운 곳’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쉽게 ‘들판’이라고 했다.
 ‘죄막대어가욕’(罪莫大於可欲)에서 ‘죄’는 ‘허물’ ‘죄’ ‘범죄’ ‘과오’ ‘실수’ ‘재앙’ ‘화’ ‘형벌’ ‘벌’ ‘책망함’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과오’를 골라서 ‘잘못’이라고 풀었다. ‘막’은 ‘없다’ ‘멀다’ ‘아득하다’ ‘쓸쓸하다’ ‘어둡다’ ‘안정되다’ ‘앓다’ ‘조용하다’ ‘힘쓰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없다’를 골랐다. 그리고 ‘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에서 ‘화’는 ‘재앙’ ‘재난’ ‘걱정’ ‘재앙을 미침’ ‘화근이 됨’ ‘죄’ ‘허물’ ‘무너지다’ ‘황폐한 곳’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걱정’을 택했다. 또, ‘구막대어욕득’(咎莫大於辱得)에서 ‘구’는 ‘허물’ ‘죄과’ ‘과실’ ‘재앙’ ‘미움’ ‘미워함’ ‘나무라다’ ‘꾸짖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허물’을 선택했다. 그러고 보니 ‘죄’와 ‘화’와 ‘구’가 모두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도 글자가 다른 만큼 달리 표현하려고 애썼다. ‘욕득’은 ‘얻으려고 욕심을 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무 찾기] 
 ‘천하유도 각주마이분’(天下有道 卻走馬以糞, 하늘 아래 길이 있으면 ‘잘 달리던 말’이 물러나서 밭갈이한다.)에서 ‘잘 달리던 말’에서 문득 ‘주마가편’(走馬加鞭)을 생각하고 ‘말채나무’(Cornus walteri)를 떠올린다.

둥글고 갸름하여 언제나 다정한 얼굴
핏줄이 불거져서 일을 쫓는 일상인데
파랗게 작은 음성이 메아리를 만든다.

햇볕을 좋아하나 그늘 또한 마다 않고
순백의 꿈을 얻어 하늘에 보이는 기쁨
보람의 검은 열매가 진주처럼 빛난다.

힘겨운 삶을 살아 살결이야 거칠어도
그 가슴 깊숙하게 무늬 새겨 정을 품고
느긋이 딛는 걸음은 골짜기에 머문다. 
-졸시 ‘말채나무’ 전문  

 말채나무는 ‘가지가 낭창낭창하여 말채찍으로 쓰였다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 이 나무는 산골짜기의 숲속에서 자라는 갈잎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아름드리나무로 잘 자란다. 높이가 10미터에 달한다. 나무껍질이 깊게 세로로 길쭉길쭉하게 그물처럼 갈라지고 어릴 때는 적갈색이지만 줄기가 굵어지면서 흑갈색을 나타낸다. 마치 감나무의 껍질처럼 두툼하다. 작은 가지에는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봄에 한창 물이 올랐을 때, 가늘게 늘어진 가지가 말채찍으로 쓰기에 좋을 성싶다. 잎은 마주난다. 알꼴 또는 길둥근꼴이다. 차츰 잎의 끝이 뾰족해진다. 잎의 뒷면은 흰빛이 돌고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6월에 핀다. 꽃잎은 바소꼴이고 흰빛이다. 취산 꽃차례를 보인다. 열매는 둥글며 흑색으로 익는다. 씨는 조금 단단하고 둥글다. 한명(漢名)으로는 ‘조선송양’(朝鮮松楊)이라고 부른다. 층층나뭇과 층층나무속의 나무이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