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48장
배움으로 나아가면 날로 보태어지고
배움으로 나아가면 날마다 보태어지고, 길로 나아가면 날마다 줄어든다.
줄이고 또 줄이면 ‘함이 없음’에 이르게 되니, ‘함이 없음’에 이르게 되면 ‘하지 못함’이 없게 된다.
하늘 아래를 가짐에는 늘 그러하게 일이 없음으로써 한다.
그 ‘일이 있음’에 이르게 되면 하늘 아래를 얻기에 모자라거나 넉넉하지 못하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 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 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뜻 찾기]
‘위학일익’(爲學日益)은 ‘학문을 하면 할수록 날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위학’을 ‘배움으로 나아가다’라고 풀었다. ‘익’은 ‘더하다’ ‘보태다’ ‘이익’ ‘유익하다’ ‘보람’ ‘이득’ ‘효험’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보태다’를 골랐다. 그리고 ‘위도일손’(爲道日損)은 ‘길(道)을 가면 날이 갈수록 무(無)의 상태로 가까워지게 되므로 할 일이 날마다 줄어든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위도’를 ‘길로 나아가다.’라고 풀었다. ‘손’은 ‘덜다’ ‘줄다’ ‘잃다’ ‘해치다’ ‘헐뜯다’ ‘비난함’ ‘낮추다’ ‘겸양함’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줄다’를 택했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에서 ‘무위’와 ‘불위’는 결과적으로 ‘함’을 모두 부정하고 있지만, 그 뜻은 아주 다르다. 말하자면, ‘무위’는 무의식적이고 ‘불위’는 의식적이다.
‘취천하’(取天下)에서 ‘취’는 ‘다스리는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취’는 ‘취하다’ ‘가지다’ ‘장가들다’ ‘당하다’ ‘빼앗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가지다’를 택하였다. 그리고 ‘상이무사’(常以無事)에서 ‘무사’는 ‘무위(無爲)와 같은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일이 없음’이라고 풀었다.
‘급기유사’(及其有事)에서 ‘유사’는 ‘작위하는 일이 있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쉽게 ‘일이 있음’이라고 했다.
[나무 찾기]
‘취천하 상이무사’(取天下 常以無事, 하늘 아래를 가짐에는 늘 그러하게 일이 없음으로써 한다.)라는 말에서 나는 ‘은행나무’(Ginkgo biloba)를 생각한다. 은행나무야말로 천하를 모두 가졌건만 늘 그러하게 일이 없음으로써 일관한다. 즉,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그게 모두 ‘일이 없기’에 가능하리라. 은행나무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억5천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 별명이 ‘살아있는 화석’이니, 천하를 다 차지한 게 아니겠는가.
적막을 헤아리는 시름은 끝이 없는데
어둠을 안은 구멍 흰 손으로 달래 보면
하늘이 교통하여도 그 마음은 떡잎이다.
세월이 어지러워 샛노랗게 물드는가.
소사를 짚는 사연 무거운 발길에 채고
영원을 응시한 혼이 드러내는 회초리여.
거리에 나앉아서 가지에 매다는 소망
외침만 만발하다가 물러서는 동면 앞에
먼동은 밝아온다고 보신각의 종이 운다.
-졸시 ‘광화문 거리의 은행나무‘ 전문
‘은행나무’라는 이름은 ‘은빛’(銀)과 ‘살구’(杏)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열매의 겉모양이 살구와 비슷하고 씨의 겉껍질 빛깔(種皮色)이 은빛인 나무’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은행의 단단한 씨의 색깔이 은빛이고 그 모양이 역시 살구 속의 씨를 닮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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