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44장
이름과 몸은 어떤 것이 더
이름과 몸은 어떤 것이 더 가까운가? 몸과 돈은 어떤 것이 더 나은가? 얻음과 잃음은 어느 것이 더 앓게 하는가? 그러하니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크게 쓰게 되고 많이 간직하면 반드시 두껍게 잃게 된다.
넉넉함을 알면 더럽힘이 없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말 그대로 틀림없이 길고 오래 간다.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명여신숙친? 신여화숙다? 득여망숙병? 시고심애필대비 다장필후망.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뜻 찾기]
‘숙친’(孰親)에서 ‘친’은 ‘친하다’ ‘사랑하다’ ‘사이좋게’ ‘지내다’ ‘가깝다’ ‘화목하다’ ‘새롭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가깝다’를 골랐다. 내 생각에 이 ‘가깝다’는 바로 ‘길’(道)과 가깝다는 뜻일 성싶다. 그리고 ‘숙다’(孰多)에서 ‘다’는 ‘많다’ ‘많아지다’ ‘많게 하다’ ‘후하다’ ‘낫다’ ‘뛰어남’ ‘때마침’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낫다’를 택했다. 또, ‘숙병’(孰病)에서 ‘병’은 ‘병’ ‘질병’ ‘병들다’ ‘앓다’ ‘괴로워하다’ ‘근심하다’ ‘흠’ ‘결점’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괴로워하다’를 선택할까 하다가 ‘앓다’를 골랐다. 그게 ‘병’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필대비’(必大費)에서 ‘대비’는 ‘크게 소비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필후망’(必厚亡)에서 ‘후’는 ‘두텁다’ ‘두껍다’ ‘도탑다’ ‘정도가 심한 모양’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두껍다’를 택했다. 그리고 ‘망’은 ‘망하다’ ‘멸망하다’ ‘잃다’ ‘죽다’ ‘달아나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잃다’를 골랐다. 그러므로 ‘후망’은 ‘두껍게 잃는다.’ 즉 ‘잃는 것이 많다.’라는 의미가 된다.
‘지족’(知足)에서 ‘족’은 ‘족하다’ ‘가하다’ ‘넉넉하다’ ‘지나치다’ ‘과도함’ ‘북돋우다’ ‘더하다’ ‘첨가함’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넉넉하다’를 택했다. 그리고 ‘불욕’(不辱)에서 ‘욕’은 ‘욕되다’ ‘욕보이다’ ‘거스르다’ ‘더럽히다’ ‘무덥다’ ‘미워하다’ ‘실패하다’ 등의 뜻들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여러 뜻 중에서 ‘더럽히다’를 선택했다.
[나무 찾기)
‘다장 필후망’(多藏 必厚亡, 많이 간직하면 반드시 두껍게 잃게 된다.)에서 나는 문득 ‘다래나무’(Actinidia arguta)를 생각한다. 많이 간직하기로는 아마도 ‘다래나무’를 따를 것은 없을 성싶다. 그것도 맛있는 열매를 많이 감추어 두기로는 ‘다래나무’가 으뜸이다. 이는, 아마도 어렸을 적의 내 기억 때문일 성싶다. 그러나 아무리 잘 감추어 두었어도, 그 맛 때문에 언제나 두껍게 잃게 된다.
천마산 골짜기를 안고 오르면
그 나지막한 언덕 위에
마냥 우거져서 시치미 뚝 떼고 있는
다래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저 바람을 안고 짐짓 먼 산을 보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는 듯
빈손을 내보이는 그 나무 곁으로 가면
다래나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천마산의 맛있는 열매
그걸 보는 순간, 모두 어린이가 된다.
-졸시 ‘다래나무 열매’ 전문
다래나무는 ‘열매의 맛이 달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 즉, ‘달’은 ‘맛이 달다’라는 뜻이고 ‘애’는 접미사로 처음에는 ‘달애나무’였는데, 그게 ‘다래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다래나무는 갈잎 넓은잎 덩굴나무이다. 그 길이가 7미터에 달한다. 그러나 수십 미터까지 자라는 다래나무도 있다고 전한다. 가슴높이 줄기지름이 15센티미터를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줄기의 골속은 갈색이며 계단 모양이다. 어린가지에는 잔털이 있다. 숨구멍도 보이고 갈색이다. 잎은 어긋난다. 잎의 가장자리에 바늘 같은 잔 톱니를 지닌다. 깊은 산에서 자란다. 꽃은 단성화로 초여름에 흰 색으로 핀다. 그 모양이 작은 매화꽃을 닮았다. 꽃잎은 5장이다. 암수딴그루이고 때로는 암수한그루이기도 하다. 그 지름이 2센티미터 정도이다. 취산 꽃차례를 나타낸다. 열매는 장과(漿果)이고 가을에 황록색으로 익는다. 그 맛이 좋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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