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42장, 길은 하나를 낳고(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6. 07:42

베풂- 제42장

길은 하나를 낳고





 길은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모든 것을 낳는다. 모든 것은 그늘을 지고 볕을 품으며 깊고 넓은 ‘살아 있는 힘’을 가지고 서로 고르게 어울림을 이룬다.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오로지 ‘외로움’과 ‘적음’과 ‘착하지 않음’이다. 그런데 왕과 임금은 이로써 일컬음을 삼는다. 그 까닭에 모든 것은 어쩌면 ‘덜어냄’이 곧 ‘채워짐’과 같고 어쩌면 ‘채워짐’이 곧 ‘덜어냄’과 같다.
 다른 사람이 가르치는 것을 나 또한 가르친다. 함부로 사납게만 구는 사람은 그 ‘제대로 된 죽음’을 얻지 못한다. 나는 앞으로 어느 때에 이로써 가르침의 아버지를 삼으려고 한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冲氣以爲和. 人之所惡 唯孤寡不穀 而王公 以爲稱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人之所敎 我亦敎之 强梁者 不得其死 吾將以爲敎父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만물부음이포양 충기이위화. 인지소오 유고과불곡 이황공 이위칭 고물혹손지이익 혹익지이손. 인지소교 아역교지 강량자 부득기사 오장이위교부)


[뜻 찾기]
 ‘도생일’(道生一)에서 ‘일’은 ‘길’(道)을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二)는 ‘음양이기’(陰陽二氣)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또, ‘삼’(三)은 ‘음과 양과 충기(冲氣)’를 나타낸다고 한다. ‘충기이위화’(冲氣以爲和)에서 ‘충기’는 ‘화(和)한 깊은 기운’ 또는 ‘음양이 서로 화합하는 화사한 기운’이라고 한다. ‘충’은 ‘온화하다’ ‘비다’ ‘조화되다’ ‘이르다’ ‘도달함’ ‘오르다’ ‘솟아오름’ ‘깊고 넓은 모양’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 중에서 ‘깊고 넓은 모양’을 골랐다. 그리고 ‘기’는 ‘기운’ ‘숨기’ ‘호흡’ ‘날씨’ ‘하늘에 나타나는 조짐’ ‘기체’ ‘용기’ ‘현상’ ‘절기’ ‘심기’ ‘의사’ ‘타고난 성질’ ‘품성’ ‘감정’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기운’을 택하여 ‘살아 있는 힘’이라고 풀었다.
 ‘유고과불곡’(唯孤寡不穀)에서 ‘고과불곡’은 이미 제39장에서 기술되었다. 그 곳에서의 풀이대로 ‘외로움’ ‘적음’ ‘착하지 않음’으로 했다.
 ‘강량자’(强梁者)는 ‘강폭(剛暴)한 사람’ 또는 ‘함부로 강강(剛强)하게만 행동하는 사람’ 등이라고 한다. 나는 이 뜻을 풀어서 ‘함부로 사납게만 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득기사’(不得其死)는 ‘온당한 죽음을 하지 못하는 것’ 또는 ‘자연스런 죽음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자연스럽게 죽지 못하는 것’이란 의미이다. 나는 그 뜻을 살려서 ‘제대로 된 죽음을 얻지 못한다.’라고 풀었다. 또, ‘오장이위교부’(吾將以爲敎父)에서 ‘교부’는 ‘가르침의 근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이를 그저 ‘가르침의 아버지’라고 했다.


[나무 찾기]
 ‘강량자 부득기사’(强梁者 不得其死, 함부로 사납게만 구는 사람은 그 ‘제대로 된 죽음’을 얻지 못한다.)에서  ‘작살나무’(Callicarpa japonica)를 나는 생각한다. 이는 순전히 그 이름 때문이다. ‘작살난다.’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잘못되어 아주 결딴나거나 형편없이 깨지고 부서질 때’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즉, ‘강량자 부득기사’는 ‘함부로 사납게만 굴면 작살나게 된다.’라는 뜻이다.

맨 처음 너를 본 건, 어부가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그 이름에 비린내가 묻었는데
정말로 억울하겠구나, 하소연을 펼칠 만큼.

나뭇가지 생김새가 그와 아주 닮았을 뿐
정작으로 이 나무론 작살을 안 만든다네.
오히려 자줏빛 구슬을 가득 안은 아가씰세.
-졸시 ‘작살나무’ 전문

 작살나무는, 나뭇가지가 정확하게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고 중심 가지와의 각도가 60~70도 정도로, ‘약간 넓은 물고기 잡이용 작살’과 모양이 너무 닮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생김새만 그러할 뿐, 이 나무로 ‘작살’을 만들지는 않는다. 비중이 어느 나무에 못지않을 만큼 무겁고 단단하지만, 물의 부력 때문에 작살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