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40장
되돌아간다는 것은 길의 움직임이다
되돌아간다는 것은 길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부드럽다거나 여리다는 것’은 길의 쓰임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있음에서 태어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태어난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 生於有 有生於無
(반자 도지동 약자 도지용. 천하만물 생어유 유생어무)
[뜻 찾기]
‘반자’(反者)는 ‘고요함으로 돌아감’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쉽게 ‘되돌아간다는 것’으로 풀었다. 그리고 ‘도지동’(道之動)에서 ‘동’은 ‘움직임’이나 ‘운행’(運行) 또는 ‘운동’ 등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약자’(弱者)에서 ‘약’은 ‘유약(柔弱)한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에 따라서 나도 ‘부드럽다거나 여리다는 것’이라고 풀었다. 노자는 ‘유약한 것’을 숭상한다. ‘유약하다는 것’은 ‘약한 듯싶으면서도 부드러운 것’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그리고 ‘도지용’(道之用)은 ‘길(道)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를 ‘길의 쓰임’이라고 했다.
‘유생어무’(有生於無)에서 ‘생어무’는 ‘없음에서 태어남’을 뜻한다. 여기에서 ‘무’는 ‘허무의 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길(道)에서 만물이 발생하는 과정’은 아무런 형체가 없는 ‘무’(없음)에서 다시 ‘유’(있음)의 ‘형질 상태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 찾기]
‘천하만물 생어유 유생어무’(天下萬物 生於有 有生於無,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있음에서 태어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태어난다.)라는 문구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무화과나무’(Ficus carica)이다. 이 무화과나무야말로 ‘없음’에서 ‘있음’이 생겨난다. 다시 말해서 무화과나무는 겉으로의 ‘없음’ 때문에 그 내밀한 안쪽의 ‘있음’이 귀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름 ‘무화과’도 꽃을 겉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생겼다. 눈으로 볼 수 없다고 모두 없는 게 아니건만, 이 나무에서는 꽃을 직접 볼 수 없으니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하다. 즉, 이 나무는 꽃이 필 때에 꽃받침과 꽃자루가 긴 타원형처럼 비대해지면서 수많은 꽃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꼭대기만 조금 열려 있어서 꽃을 볼 수 없기에 그 이름을 얻었다. 아마도 이 나무는 오래전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왔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한명(漢名)인 ‘무화과’(無花果)에 ‘나무’를 붙여서 그대로 사용했을 듯싶다.
적막한 청자색에 고향의 문이 열리면
강물을 실어다가 바다에 흘리는 소리
날아가 내 가슴 쪼는 부리 넓은 물새여.
잠옷을 걸쳐 입고 은밀한 꿈을 엿보면
안으로 켜는 불빛 붉은 놀로 물드는데
말없이 어둠을 삼켜 믿음처럼 굴린 사랑.
태초에 받은 알몸 부끄러워 가린 잎들
따가운 말 한마디 잎맥 속을 흘러가도
한 가슴 안은 하늘엔 은혜 더욱 넘친다.
-졸시 ‘무화과나무’ 전문
내가 제주도에 살 때 바닷가 마을에서 무화과나무를 많이 보았다. 무화과나무는 그늘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여름에 그 밑에 앉아서 더위를 피하기가 아주 좋다. 나는 무화과나무 밑에 앉아서 먼바다를 바라보는 게 아주 큰 즐거움이었다. 거울인 것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는 평화로운 꿈을 꾸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무화과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었다. 매미 소리가 찬물을 끼얹듯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러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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