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39장, 처음에 하나를 얻는 것으로서(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5. 07:38

베풂- 제39장

처음에 하나를 얻는 것으로서  





 처음에 하나를 얻는 것으로, 하늘은 맑음으로써 하나를 얻고 땅은 고분고분함으로써 하나를 얻으며 마음은 새롭고 남다름으로써 하나를 얻는다. 그리고 골짜기는 가득 참으로써 하나를 얻고 모든 것은 있게 됨으로써 하나를 얻으며 ‘작은 나라의 임금’은 하늘 아래 곧음을 삼음으로써 하나를 얻는다. 
 그 이룸은 하나이다. 하늘이 맑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갈라질까 두렵고, 땅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무너질까 두려우며, 마음이 새롭고 남다르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그칠까 두렵다. 그리고 골짜기가 가득 차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바닥이 날까 두렵고, 모든 것이 있게 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끊어질까 두려우며, 작은 나라의 임금이 곧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때에 넘어질까 두렵다.
 그 까닭에 값진 것은 값싼 것을 바탕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터전으로 한다. 그러므로 ‘작은 나라의 임금’은 늘 스스로 일컬어서 ‘외롭다’라고 하거나 ‘적다’라고 하거나 ‘착하지 않다’라고 하니, 이는 ‘값싼 것’으로 뿌리를 삼음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 까닭에 수레를 여러 조각으로 풀어서 나누면 수레가 없음에 이른다. 옥처럼 곱게만 보고자 하지 않고 돌처럼 거칠게만 보고자 하지도 않는다.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一也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發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候王無以貞 將恐蹶.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是以候王自謂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耶? 非乎? 故致數輿無輿. 不欲琭琭如玉 珞珞如石
(석지득일자 천득일이청 지득일이녕 신득일이령 곡득일이영 만물득일이생 후왕득일이위천하정. 기치지일야 천무이청 장공렬 지무이녕 장공발 신무이령 장공헐 곡무이영 장공갈 만물무이생 장공멸 후왕무이정 장공궐. 고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 시이후왕자위고과불곡 차비이천위본야? 비호? 고치수여무여. 불욕록록여옥 락락여석)


[뜻 찾기]
 ‘석지득일자’(昔之得一者)에서 ‘석’은 ‘처음’ 또는 ‘태초’(太初)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득일’은 ‘길(道)을 얻는다.’라는 뜻이라고 하며, 그 중 ‘일’은 ‘음과 양으로 갈리기 이전의 것’으로 ‘길’(道)을 뜻한다고 한다. 또, ‘후왕득일이위천하정’(候王得一以爲天下貞)에서 ‘정’은 ‘정’(正)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정’은 ‘곧다’ ‘정하다’ ‘정조’ ‘절개’ ‘정성’ ‘점치다’ ‘진실한 마음’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곧다’를 골랐다. ‘천하정’(天下正)은 ‘천하의 법도’를 말한다고 한다.
 ‘장공발’(將恐發)에서 ‘발’은 ‘폐’(廢)와 같은 뜻으로 ‘무너지다’를 이른다고 한다. 나도 이를 따랐다. 그리고 ‘장공헐’(將恐歇)에서 ‘헐’은 ‘기능이 없어지다’로, 곧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헐’은 ‘쉬다’ ‘그치다’ ‘휴식하다’ ‘다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그치다’를 택했다. 또, ‘장공갈’(將恐竭)에서 ‘갈’은 ‘갈’(渴)과도 통하여 ‘물이 마르는 것’ 또는 ‘골짜기로서의 존재 조건이 모두 없어지는 것’ 등의 뜻을 지닌다고 한다. ‘갈’은 ‘다하다’ ‘바닥이 나다’ ‘물이 마르다’ ‘등에 지다’ ‘끝나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바닥이 나다’를 선택했다. 그리고 ‘장공궐’(將恐蹶)에서 ‘궐’은 ‘넘어지다’ ‘엎어지다’ ‘거꾸러지다’ ‘기울다’ ‘뛰다’ ‘달리다’ ‘넘어뜨리다’ ‘밟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넘어지다’를 골랐다.
 ‘치수여무여’(致數輿無輿)는 그 뜻을 풀기가 아주 애매하다. 일반적으로 ‘치수여’는 ‘수레를 여러 부분으로 분해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그 뜻을 따랐다. 또, ‘록록여옥’(琭琭如玉)이나 ‘락락여석’(珞珞如石)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록록’을 ‘돌의 모양’ 또는 ‘구슬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모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락락’은 ‘돌의 모양’ 또는 ‘돌이 거칠게 구르는 모양’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다. 옥편을 찾아보면, ‘록’(琭)은 ‘자질구레하다’라는 뜻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락’(珞)은 ‘구슬로 목에 치장하다’라는 뜻이다. 더욱 혼란하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록’을 ‘곱다’라고 풀었고 ‘락’을 ‘거칠다’라고 풀었다.


[나무 찾기]
 ‘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값진 것은 값싼 것을 바탕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터전으로 한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불현듯 한 나무를 떠올렸다. 그 나무는 바로 ‘개비자나무’(Cephalotaxus koreana)이다. 

배앓이하며 앞 개울에서 멱 감던 시절이 돋아나서 비자나무의 바늘잎이 되었다. 개비자나무의 부드러운 잎도 되었다. 제주도 비자나무 숲은 보람 있는 삶을 살아서 더욱 무성하고, 신불산의 개비자나무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먼 꿈을 꾸고 있다. 그 열매를 따 먹고 내 배앓이는 벌써 나았지만, 초조하다. 꼭꼭 찔러 ‘깨어 있음’도 부드러운 사랑도 아직 이루지 못해 나는 초조하다.
-졸시 ‘초조한 날’ 전문

 개비자나무는 그 이름에 ‘개’ 자가 붙어 있기에 ‘값싼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목재가 아름답고’(斐然) 장채(章采)가 있다고 해서 ‘비’(榧) 자가 유래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는 ‘열매’를 가리킨다. 즉, ‘비자(榧子)라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라는 뜻이다. 개비자나무가 ‘값싼 것’이라고 한다면 이에 상대되는 ‘값진 것’은 어떤 나무인가. 그야, ‘비자나무’(Torreya nucifera)이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