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제36장
앞으로 어느 때 움츠리게 하려면
앞으로 어느 때 움츠리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늘어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어느 때에 여리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굳세게 하여야 한다. 앞으로 어느 때에 엎드리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일으켜야 한다. 앞으로 어느 때에 빼앗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을 ‘어렴풋한 밝음’이라고 일컫는다.
‘부드럽고 여림’은 ‘단단하고 굳셈’을 이긴다. 물고기가 깊은 못을 벗어나면 안 되고, 나라의 이로운 그릇은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 柔弱勝剛强.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장욕폐지 필고흥지. 장욕탈지 필고여지. 시위미명. 유약승강강. 어불가탈어연 국지리기 불가이시인)
[뜻 찾기]
‘장욕흡지’(將欲歙之)에서 ‘흡’은 ‘쭈그리다’ ‘움츠리다’ ‘거두다’ ‘수렴함’ ‘맞다’ ‘일치함’ ‘잇다’ ‘붙임’ ‘으쓱하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움츠리다’를 골랐다. 여기에서 ‘욕’은 ‘욕심’을 말하고, 이는 ‘하고자 함’의 ‘바라는 바’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구절에는 ‘그것을’이라는 말이 숨겨져 있다. 물론, 그다음의 구절도 그와 같다. 그리고 ‘필고장지’(必固張之)에서 ‘고’는 ‘굳다’ ‘완고함’ ‘굳히다’ ‘안정시킴’ ‘단단하다’ ‘굳이’ ‘진실로’ 등의 뜻이 있다. 여기에서는 ‘우선’ 또는 ‘잠간’의 뜻으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먼저’라고 풀었다. ‘장’은 ‘벌리다’ ‘확장하다’ ‘베풀다’ ‘당기다’ ‘늘이다’ ‘과장하다’ ‘뽐내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앞의 ‘움츠리다’와 반대 뜻인 ‘늘이다’를 택했다. 이는, ‘장욕흡지’에 이어지는 말이다. 그런데 ‘장욕흡지’는 ‘바라는 바’이다. ‘필고장지’는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욕’이라는 글자가 없다. 그 이하의 글들도 마찬가지이다. 또, ‘시위미명’(是謂微明)에서 ‘미명’은 ‘은미(隱微)한 명지(明智)’로서 ‘명지를 숨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묘하고 깊은 길(道)을 훤히 안다.’라는 뜻이라고도 말한다.
‘유약’(柔弱)에서 ‘유’는 ‘부드럽다’ ‘순하다’ ‘약하다’ ‘편안히 하다’ ‘복종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부드러움’을 골랐다. ‘약’은 ‘약하다’ ‘약하게 하다’ ‘날씬하다’ ‘어리다’ ‘몸져눕다’ ‘못생기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 중에서 ‘약하다’와 ‘날씬하다’를 택해서 ‘여리다’라고 풀었다. 그리고 ‘국지리기’(國之利器)에서 ‘이기’는 ‘나라를 이롭게 하는 기능’ 또는 ‘나라를 이롭게 다스리는 지혜’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글자 그대로 ‘나라의 보탬이 되는 그릇’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릇’은 ‘인재’(人材)이고 인재야말로 나라에 가장 보탬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무 찾기]
‘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물고기가 깊은 못을 벗어나면 안 된다.)에서 나는 불현듯 ‘미루나무’(Populus deltoides)를 떠올린다. 그렇다. 물고기는 못물을 떠날 수 없고, 미루나무는 물기 있는 땅을 떠날 수 없다.
미루나무 밑에 누워서
가만히 올려다보면
가지들이 쉴 새 없이
저 빈 하늘을 쓸고 있다.
그렇다.
이러한 나무들의
숨은 선행이 없었다면
어찌 이 하늘이
이만큼인들 맑을 수 있었겠는가.
곁눈질 한 번 팔지 않고
나무들은 그저 하늘을 쓴다.
-졸시 ‘숨은 선행’ 전문
미루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미국에서 도입된 나무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도입되었다’라는 뜻의 ‘미’(美) 자와 ‘버드나무와 비슷하다’라는 뜻인 ‘류’(柳) 자가 합해져서 ‘미류나무’라고 했는데, 그게 변해서 ‘미루나무’로 되었다.
미루나무는 버드나뭇과에 딸린 갈잎큰키나무이다. 강변이나 밭둑 및 촌락 부근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줄기가 곧게 자라며 그 높이가 30미터에 이른다. 잎은 거의 세모진 알 모양이고 잎 가장자리에는 느린 톱니가 보인다. 이 미루나무로는 젓가락이나 성냥개비 등을 만들었다. 자람이 매우 빠르다. 미루나무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시기는,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라고 한다. 즉, 그 당시에 캐나다에서 우리나라로 부임해 오던 어느 선교사가 미루나무의 모(苗木)를 가지고 와서 심은 게 바로 그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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