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43장, 하늘 아래 아주 부드러운 것이(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26. 13:09

베풂- 제43장

하늘 아래 아주 부드러운 것이





 하늘 아래 아주 부드러운 것이 하늘 아래 아주 단단한 것에 말을 타고 달려들 듯 한다. 있을 게 없음은, 틈이 없는 곳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로써 ‘함이 없음’은 ‘보람이나 보탬이 있음’을 안다.
 ‘말을 하지 않는 가르침’과 ‘함이 없는 보람이나 보탬’은 하늘 아래 이르기가 드물다.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무유입무간 오시이지무위지유익.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뜻 찾기]
 ‘천하지지유’(天下之至柔)에서 ‘지유’는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물’을 가리킨다고 한다. 나는 이를 그저 ‘아주 부드럽다’라고 풀었다. 또, ‘치빙천하지지견’(馳騁天下之至堅)에서 ‘치빙’은 ‘말을 달림’이나 ‘돌진함’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타고 달려들 듯 한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마음대로 달리면서 부림’이라는 풀이도 있다. ‘지견’은 ‘지극히 단단한 것’인데, ‘바위’나 ‘돌’ 따위를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유’(無有)는, ‘있는 것이 없음’이나 ‘비(虛)고 없는 것’이나 ‘눈으로 보아서 형체가 없음’이나 ‘무형의 힘’ 등의 풀이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있어야 될 것이 없음’으로 보았고 그래서 ‘있을 게 없음’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입무간’(入無間)에서 ‘무간’은 ‘빈틈없는 곳’이다. 그래서 ‘입무간’은 ‘틈이 없는 데까지 들어감’의 의미가 된다. 또, ‘지무위지유익’(知無爲之有益)에서 ‘익’은 ‘더하다’ ‘보태다’ ‘이익’ ‘유익하다’ ‘보람’ ‘이득’ ‘효험’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 중에서 ‘보람’과 ‘보태다’를 골랐다. 그래서 ‘유익’을 풀어서 ‘보람이나 보탬이 있음’이라고 했다. 
 ‘천하희급지’(天下希及之)에서 ‘희급지’는 ‘이에 따를 것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희’는 ‘드물다’ ‘바라다’ ‘희소함’ ‘성기다’ ‘듬성듬성하다’ ‘수놓은 옷’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드물다’를 택했다. 또, ‘급’은 ‘미치다’ ‘미치게 하다’ ‘이르다’ ‘더불어 하다’ ‘함께’ ‘같이’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이르다’를 선택했다.


[나무 찾기]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하늘 아래 아주 부드러운 것이 하늘 아래 아주 단단한 것에 말을 타고 달려들 듯 한다.)에서 나는 문득 ‘물푸레나무’(Fraxinus rhynchophylla)를 생각한다. 왜냐하면, 위의 말은 바로 ‘물’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물과 가장 친한 나무는 물푸레나무가 아닐까 한다.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서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나무가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례로 더욱 환하게 눈을 감는다.
아, 나는 그예 빚을 지고 마는구나.

그가 말없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서
비린 물 향기 살며시 날개를 편다.
-졸시 ‘비린 물 향기’ 전문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만드는 나무’라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 즉, 어린 가지를 꺾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그 껍질을 맑은 물이 담긴 하얀 종이컵에 살그머니 담그면 가을 하늘 같은 빛깔이 우러난다. 한문으로는 ‘수청목’(水靑木)이라고 쓴다. ‘물’(水)과 ‘푸르게’(靑) 및 ‘나무’(木)가 합하여져서 ‘물푸레나무’로 되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물푸레나무는 갈잎큰키나무이다. 키가 크게 자라면 30미터나 되고 그 가슴높이 나무둘레는 50센티미터에 이른다. 그러나 보통은 3미터 정도의 작은 모습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각지와 만주 및 중국 북쪽에 분포한다. 산중턱의 축축한 곳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수청목’ 외에도 ‘침목’(梣木)이라든가 ‘청피목’(靑皮木)이라든가 ‘수창목’(水倉木) 등으로 부른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