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54장,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2. 07:44

베풂- 제54장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안은 것은 벗어나지 못한다. 아들과 ‘아들의 아들’은 이로써 제사를 지냄이 그치지 않는다. 
 몸에 닦으면 그 베풂은 곧 참되고, 집에 닦으면 그 베풂은 곧 남으며, 고을에 닦으면 그 베풂이 곧 길고, 나라에 닦으면 그 베풂이 곧 살찌며, 하늘 아래에 닦으면 그 베풂이 곧 넓다.
 그 까닭에 몸으로써 몸을 살피고 집으로써 집을 살피며 고을로써 고을을 살피고 나라로써 나라를 살피며 하늘 아래로써 하늘 아래를 살핀다.
 내가 무엇으로써 하늘 아래가 그러함을 알겠는가. 이와 같기 때문이다.

善建者 不拔 善抱者 不脫. 子孫以祭祀不輟. 修之於身 其德乃眞 修之於家 其德乃餘 修之於鄕 其德乃長 修之於國 其德乃豊 修之於天下 其德乃普. 故以身觀身 以家觀家 以鄕觀鄕 以國觀國 以天下觀天下. 吾何以知天下然哉. 以此
(선건자 불발 선포자 불탈. 자손이제사불철. 수지어신 기덕내진 수지어가 기덕내여 수지어향 기덕내장 수지어국 기덕내풍 수지어천하 기덕내보. 고이신관신 이가관가 이향관향 이국관국 이천하관천하. 오하이지천하연재. 이차)

[뜻 찾기]
 ‘자손이제사불철’(子孫以祭祀不輟)은 ‘자손에게 길(道)을 전하면 자손이 영구히 이어져서 제사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는, 왕필(王弼)의 설에 따른 풀이이다. ‘철’은 ‘그치다’ ‘하던 일을 멈춤’ ‘꿰매다’ ‘기움’ ‘수리’ ‘조금 부서진 데를 고침’ 등의 뜻을 지닌다. 나도 그중에서 ‘그치다’를 골랐다.
 ‘기덕내풍’(其德乃豊)에서 ‘내’는 ‘곧’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풍’은 ‘풍년’ ‘풍년 듦’ ‘넉넉하다’ ‘차다’ ‘성하다’ ‘많다’ ‘무성하다’ ‘크다’ ‘두껍다’ ‘살찌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살찌다’를 택했다. 또, ‘기덕내보’(其德乃普)에서 ‘보’는 ‘넓다’ ‘두루’ ‘침침하다’ ‘보통’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넓다’를 선택했다.
 ‘이신관신’(以身觀身)은 ‘내 몸에 지닌 베풂(德)으로써 올바른 자신을 살필 수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를 ‘몸으로써 살핀다.’라고 하였다.
 ‘이차’(以此)는 ‘이것 때문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앞에서 말한 그런 것을 두고 하늘 아래의 일을 안다.’라는 말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것’은 ‘뽑히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못하는 자연적인 베풂’을 가리킨다고 한다. 나는 이를 그저 ‘이와 같기 때문이다.’라고 풀었다. ‘차’는 곧, ‘이’ ‘이와 같은’ ‘이곳’ ‘이에’ 등의 뜻을 지닌다.


[나무 찾기] 
 ‘선건자 불발 선포자 불탈’(善建者 不拔 善抱者 不脫,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안은 것은 벗어나지 못한다.)에서 나는 불현듯 ‘오동나무’(Paulownia coreana)를 생각한다. 그렇다. 오동나무는 그 뿌리를 잘 뻗고 그 줄기를 잘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봉황새를 깃들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 세상을 잘 껴안는다.

옹졸하지 않은 마음 펴 보이며 살았느니
순리 지킨 그 사랑이 넓은 잎사귈 지니고
이 세상 가벼운 혼을 넓고 넓게 펼친다.

저 하늘로 뜨는 삶을 이제 바로 새기느니
홀로 뜯는 가야금이 산과 수풀을 키우고
산골짝 거친 돌밭마저 발을 편하게 딛는다.

버릴 것 버리는 자리 슬프지도 않았으니
외로움을 안은 달빛 시린 바람을 부르고
참 깊게 명상에 잠기면 봉황새도 날아왔다.
-졸시 ‘오동나무’ 전문

 ‘오동나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부르는 ‘오동’(梧桐)에서 왔다고 한다. ‘오’(梧)와 ‘동’(桐)이 모두 ‘거문고’를 뜻한다. 그러므로 ‘거문고를 만드는 나무’라는 뜻일 성싶다. 악기를 만들 때 오동나무를 공명판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다른 어느 나무보다 멋진 소리를 얻을 수 있다. 거문고를 비롯하여 ‘가야금’ ‘비파’ ‘아쟁 등 이름 있는 악기는 모두 이 오동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특히 산간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 오동나무가 악기를 만드는 데 주목을 받았는데 집에서 거름을 주고 기른 것보다 소리가 곱고 맑다고 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