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52장, 하늘 아래 맨 처음이 있다(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 14:04

배풂- 제52장

하늘 아래 맨 처음이 있다 





 하늘 아래 맨 처음이 있다. 이로써 하늘 아래 어머니로 삼는다.
 이미 어머니를 얻었으니 이로써 그 아들을 알고, 이미 그 아들을 알았으니 다시 그 어머니를 지킨다면 몸을 마치도록 위태롭지 않다.
 그 구멍을 막고 그 문을 닫으면 몸이 끝나도록 괴로워하지 않겠으나, 그 구멍을 열고 그 일을 이루려고 한다면 몸이 끝나도록 도움받지 못한다.
 작은 것을 보면 ‘밝음’이라고 말하며, 부드러움을 지키면 ‘굳셈’이라고 말한다.
 그 빛을 써서 그 밝음으로 되돌아가면 몸에 나쁜 일을 끼침이 따르지 않는다. 이에 ‘늘 그러함을 익히는 것’으로 삼는다.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旣得其母 以知其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見小曰明 守柔曰强.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爲習常
(천하유시 이위천하모. 기득기모 이지기자 기지기자 부수기모 몰신불태. 색기태 폐기문 종신불근 개기태 제기사 종신불구. 견소왈명 수유왈강. 용기광 복귀기명 무유신앙 시위습상)


[뜻 찾기]
 ‘천하유시’(天下有始)에서 ‘시’는 ‘길(道)을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시’는 ‘시초’를 뜻하는데, 나는 이를 ‘맨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위천하모’(以爲天下母)에서 ‘천하모’는 ‘하나의 어머니인 길(道)’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말이 이미 제25장에 나와 있다. 즉, ‘가이위천하모’(可以爲天下母)라고 되어 있다.
 ‘이지기자’(以知其子)에서 ‘기자’는 ‘길(道)의 아들인 만물과 자연현상을 말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수기모’(復守其母)에서 ‘수기모’는 ‘근본인 길(道)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또, ‘몰신불태’(沒身不殆)는 ‘일신이 다 하도록 위태롭지 않다’라고 풀이되곤 한다.
 ‘색기태’(塞其兌)는 ‘관능의 원천인 이목구비(耳目口鼻)를 막는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태’는 ‘구멍’을 가리킨다. 이는, ‘일과 욕심이 생기는 구멍’이다. 또, ‘폐기문’(閉其門)은 ‘관능적인 쾌락의 문을 닫음’을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종신불근’(終身不勤)에서 ‘근’은 ‘부지런하다’라는 뜻으로부터 ‘노고(勞苦)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고 본다. 앞에 기술한 제6장에는 ‘용지불근’(用之不勤)이라는 말이 나온다. ‘근’은 ‘부지런하다’ ‘힘쓰다’ ‘일’ ‘직무’ ‘근심하다’ ‘위로하다’ ‘괴로워하다’ ‘바라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괴로워하다’를 골랐다. 또, ‘제기사’(濟其事)는 ‘관능적 쾌락을 조장시킨다.’ 또는 ‘욕망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제’는 ‘건너다’ ‘구제하다’ ‘이루다’ ‘그치다’ ‘더하다’ ‘쓰다듬다’ ‘많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이루다’를 골랐다. 
 ‘견소왈명’(見小曰明)은, 그와 비슷한 ‘지상왈명’(知常曰明)으로 제16장에서 이미 소개되었다. 그리고 ‘복귀기명’(復歸其明)은 ‘길(道)에 복귀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시위습상’(是爲習常)에서 ‘습상’은 ‘일정한 길(道)을 익히고 따른다.’라는데, ‘습’은 ‘익히는 것’, 즉 ‘배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길(道)의 떳떳함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시’는 어조사로 ‘이에’를 골랐다.


[나무 찾기]
 ‘견소왈명 수유왈강’(見小曰明 守柔曰强, 작은 것을 보면 ‘밝음’이라고 말하며 부드러움을 지키면 ‘굳셈’이라고 말한다.)에서 나는 금방 ‘팥배나무’(Sorbus alnifolia)를 생각한다.

바람을 빗어 담고, 푸른 달빛 걸러 담고
가난한 삶의 자락, 욕심 없이 헹궈 담고
하나 둘 웃음 짓는다, 온 우주가 다 웃는다.
-졸시 ‘팥배나무’ 전문

 팥배나무는 팥만큼의 크기와 빛깔을 지닌 ‘작은 배 모양’의 열매가 열린다. 그로 인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그러니 그 작은 열매를 볼 때 어찌 ‘작은 것을 보면 밝음’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겠는가. 
 팥배나무는 장미과의 갈잎넓은잎 큰키나무이다. 줄기의 둘레가 한 아름 정도로 자랄 수 있다. 산에 저절로 난다. 높이는 약 15미터에 달하고 작은 가지에는 피목(皮目)이 뚜렷하다. ‘피목’이란, ‘식물 줄기의 단단한 부분이나 사과의 껍질 등에 있는 작은 구멍’을 말한다. 일명 ‘껍질눈’이라고도 하고 ‘피공’(皮孔)이라고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꼴 또는 길둥근꼴이다. 잎의 가장자리에 겹으로 된 톱니가 있다. 4월~5월에 흰 꽃이 산방(繖房)꽃차례로 무리 지어 정생(頂生)한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각각 5개이고 수술은 20개 정도이며 암술대는 2개로서 털이 없다. 10월에 이과(梨果)인 열매가 황홍색(黃紅色)으로 익는데, 그 맛이 시금털털하다. ‘이과’란, ‘꽃받침이 발달하여 과실 형성에 참여한 것’을 이른다. 아주 많은 수의 열매가 열리는 게 장관이다. 늦가을에 잎이 떨어진 다음, 붉은 열매로 뒤덮인 팥배나무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팥배나무는 건조에 매우 강한 수종이다. ‘서울 근처의 산정’이나 ‘흙조차 보이지 않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목재는 기구재료로 쓰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과 만주 등에 분포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