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 지붕 아래
김 재 황
전에 시골에서 소나기를 만났을 때
처마 밑으로 피했던 적이 있다,
한 발짝 앞에서는 세찬 빗줄기가
물비린내를 물씬 풍기며 쏟아졌으나
나는 오히려 아늑함을 즐겼다,
그렇게 오래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그런 자리가 그리 쉽게 내 눈에
띌 리는 없겠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틈만 생기면 사방팔방 땀나게
그런 곳을 오직 찾아다녔다,
그런데 지난봄 어느 날이었던가
우리 집의 야트막한 처마 밑에
한 쌍의 젊은 제비가 가볍게 날아와서
진흙을 물어다가 둥지를 지었는데
그것을 보는 그 순간에 무릎을 쳤다,
이미 나는 그분의 고대광실
큰 지붕 아래에 터를 잡았느니
믿음의 보금자리에 잘살고 있느니.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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