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복
김 재 황
오, 무섭구나, 찌는 듯한 더위
그래 이름처럼 나서려고 하거든 마음껏
푹푹 삶아 봐라,
이웃집 멍멍이는 멋모르고 자꾸 짖는데
오늘을 기화로 비명횡사한 닭들은
또 얼마나 많겠느냐
용감하게 더위와 싸우는 젊은이도 있다만,
무서운 그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
넓게 내린 느티나무 그늘에
노인들이 나와 앉았다
옳거니, 그 자리에는 잘 익은 수박이 제격
칼만 대면 쩍 벌어지는
그 붉디붉은 가슴이여
그래도 댓살 박힌 둥글부채 하나는
반드시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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