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먼 곳을 바라보며/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23. 07:38

        먼 곳을 바라보며

                              김 재 황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간다,
길이 너무 머니 먼 곳을 바라보며
외롭게 모두 걸음을 옮긴다,
달빛을 벗 삼아서 밤에만 떠나는 길
긴 그림자가 내 뒤를 따르고,
조심스레 고요만 밟고 가는데
누웠던 들꽃들이 하얗게 잠을 깬다,
우리는 너무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넓은 들길이 아니라
좁고 험한 산길이니,
불 켠 초롱꽃 한 송이 멀리 바라보며
부지런히 앞으로만 줄곧 간다,
먼 밤길을 기쁘게 걸어가는 그곳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분이
기다리고 계실 것임을
우리가 모두 뜨겁게 믿고 있다.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