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달팽이의 고행길/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26. 12:49

     달팽이의 그 고행길

                            김 재 황




성전을 향하여 몇 날 며칠
몸으로 기어서 가는 고행을 본다,
그 아픔이 하얗게 그려내는
또 다른 믿음의 힘든 길과 만난다,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그저 가야 할 길을 가는 모습이
어찌 기도와 같지 않으랴
벌거벗은 몸뚱이의 민달팽이라고 해도
행복은 그 한걸음에 있는 것
그분이 지금도 지켜보고 계실까 봐
부끄러움에 그늘진 곳을 고른다,
그렇지만 살아서 숨쉬는 기쁨으로
거짓 뿔까지 만들어 보이고는
엎드려서 늠실늠실 앞으로 나간다,
이 밤에도 가고 있는 그 하늘길.
                              (2006년)

'대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눈이 뜨이시어/ 김 재 황  (0) 2022.03.27
조그만 세상 속에/ 김 재 황  (0) 2022.03.26
오늘이 뱀처럼/ 김 재 황  (0) 2022.03.26
단단한 선물/ 김 재 황  (0) 2022.03.25
멀리 나는 걸 보니/ 김 재 황  (0)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