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단단한 선물/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25. 18:22

         단단한 선물

                             김 재 황




단단한 껍질을 등에 지고 있으므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앞에 닥칠지라도
너는 큰 바위처럼 느긋하다,
그저 엎드려서 참고 기다리기만 하면
가던 길을 다시 걸어걸 수 있다
나도 그와 같은 믿음을 업을 수 있을까
쉬엄쉬엄 삶을 이을 수 있을까
믿는 것이라고는 오직 굳은 등껍질
때로는 그게 거추장스럽기도 하겠지만
소중히 등에 얹고 살아간다,
말없이 물과 뭍을 번갈아 오가며
작은 눈을 끔벅거리는 남생이
그리 단단한 믿음을 기쁘게 얻었으므로
네 한 생 낮게 입맞춤으로
열심히 가서 하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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