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학춤을
김 재 황
깃 사이에 바람이 가득 스며들면
하얀 눈길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하는데,
가난한 갈대들만 서로 몸을 비비는
물가 그 고즈넉한 자리로
어디선가 거문고 소리 날아와서 머물고,
모든 날개가 가볍게 부추김을 받는다
그분이 진정 바라시는 모습인 듯
아름답게 어우러진 걸음걸이와 날갯짓이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는가 하면
우주를 그 안에 잠들게 한다,
바람 소리는 시린 가락을 허공에 두르고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내려와서 감싼다,
그 기쁨에 모가지가 절로 길어지며
널찍하게 펼쳐지는 두 날개
풀쩍 너는 하늘 높이 네 몸을 띄워 올린다,
날아가서 그 품에 안기를 바란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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