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감사기도
김 재 황
못생겼어도 목소리는 곱기만 하다,
얼마나 오래 참고 기다렸는데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으니
어찌 그리 기쁘지 않겠는가,
빗물인지 눈물인지 몸에 범벅이 되어
하늘을 바라보며 크고 맑게 운다,
그 가벼운 영혼을 다 바쳐
목청껏 젖은 기도를 간절히 올린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 보아라
누가 그 소리를 한낱 울음이라고 하리
쩍쩍 갈라졌던 논바닥에
산을 안고 출렁거리는 물이 고이니,
시들던 벼들도 생기가 넘쳐
저리 흔들흔들 춤추고 있지 않은가,
목마른 온갖 목숨을 대신하여
감사기도를 올리는 목소리, 아름답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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