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잃고 말았으니
김 재 황
어둠 속에 엎드린 바위들
부드럽게 원시의 숲으로 일으켜 세우며
그분은 어떤 노래를 부르셨을까,
찢어진 손톱에서 피를 털어 내듯
졸졸 흐르는 소리가 반짝이게 되었으리,
그 눈빛들이 모여서 흰 물결을 이뤘으리,
더운 숨결은 먼동을 불러오고
하늘의 미소가 이 땅으로 내려와서
풀이며 나무를 방문하여
꽃을 피우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였으리
그 모습 보시는 그분의 가슴에는
또 얼마나 시원한 강물이 흘렀을까,
그런데 어쩌면 좋지, 날이 갈수록 산은
허물어지고 길은 사방으로 뚫려서
숲을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이제 그 슬픔이 저 높은 가슴의
짙은 먹구름이 될 테니 어쩌면 좋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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