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절 무릇 ‘무’의 ‘조심함을 갖춤’이
曰夫武之備戒之已久何也 對曰 病不得其衆也(왈부무지비계지이구하야 대왈 병불득기중야).
말씀하시기를 “무릇 ‘무’(무악)의 ‘조심함을 갖춤’이 이미 오래인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고 하셨다. 마주해서 말하기를 “그 무리는 얻지 못함을 근심하는 것입니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말씀하시기를 “무릇 ‘씩씩함’(시조 내용)의 ‘조심함을 갖춤’이 이미 오래인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고 하셨다. 마주해서 말하기를 “그 무리는 얻지 못함을 근심하는 것입니다.”>
[녹시 생각]
이 절에는 공자가 대무(大武)의 무악이 비계(備戒)한 지 오랜 이유를 물은 것과 ‘가’라는 사람이 대답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즉, 대무의 무악에 있어서 먼저 북을 쳐서 비계하기를 오래 한 후에, 비로소 춤을 추는 까닭이 무엇인가를 물으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먼저 북을 쳐서 ’조심함을 갖춤‘이 오랜 후에 싸운 사실을 이 춤이 본뜨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시조에서도 같은 뜻으로 그 내용이 오래 갈 수 있음은 ’조심함을 갖춤‘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 ‘조심함을 갖춤’이란, 시조에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나는 문득 시조 작품의 ‘퇴고’(推敲)를 생각해 본다.
시조다운 시조를 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아름다운 시상을 얻기도 어렵지만, 그 시상을 아름답게 형상화하기도 참으로 힘들다. 어쩌다가 괜찮은 시상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초고를 쓰고 나서 수십 차례는 그것을 읽고 또 읽으며 다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듯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해서 고치는 일‘을 ’퇴고‘라고 한다. 여기에서 ’퇴‘(推) 자는 ’추‘라고도 읽는다. 그럴 때는 ’옳다‘ ’변천함‘ ’천거하다‘ ’받들다‘ 궁구하다’ ‘넓히다’ ‘꾸짖다’ ‘힐난함’ 등의 뜻이 있다. 그리고 ‘퇴’라고 읽을 때는 ‘밀다’ ‘물려주다’ ‘되밀다’ ‘제거하다’ ‘떨쳐 버림’ 등의 뜻을 지닌다. 그리고 ‘고’(敲) 자는 ‘두드리다’ ‘두드림’ ‘매’ 등의 뜻을 나타낸다. 그러니 ‘퇴고’는 ‘밀고 두드린다.’라는 뜻이 된다. 그게 왜 ‘자구를 여러 번 고친다.’라는 뜻으로 되었을까.
이는, 중당(中唐)의 시인 ‘가도’(賈島)의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시 중에 ‘승퇴월하문’(僧堆月下門)라는 시구가 있었는데, 그는 이 구 중에서 ‘퇴’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고’(敲) 자로 고쳐 보았다. 그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궁리를 하다가 무심결에 ‘경윤’(京尹: 벼슬 이름) 행차 앞을 가로막게 되었다. 경운 앞에 끌려가게 된 ‘가도’는 자초지종을 모두 말했다. ‘가도’의 말을 듣고 나서 ‘경운’은 껄껄 웃으며 ‘퇴’보다 ‘고’가 낫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시구는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으로 확정되었다.
그 ‘경윤’이 바로 시인 ‘한유’(韓愈)이다. 그는 25세 때에 진사에 급제하였으며 여러 관직을 거치고 이부시랑(吏部侍郞)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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