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절 빈모 ‘가’라는 사람이
賓牟賈侍坐於孔子 孔子與之言及樂(빈모가시좌어공자 공자여지언급악).
빈모 ‘가’라는 사람이 공자님을 모시고 앉았는데, 공자님이 그와 더불어 말씀하시기를 ‘악’(음악)에 이르렀다.(녹시 역)
‘시조’의 경우- <어느 한 사람이 스승을 모시고 앉았는데, 스승이 그와 더불어 말씀하시기를 ‘시조 내용’에 이르렀다.>
[녹시 생각]
시조 내용을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미적 거리’를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시(시조)를 읽으려고 할 때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맑게 지녀야 한다. 그래야 시(시조)에서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시(시조)를 감상할 때의 이야기부터 하려고 한다. 우리는 한 편의 시(시조)를 읽을 때 제 입장에 따라 그 시(시조)에 나타낸 의미가 사람마다 아주 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이는, 시점의 차이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심리적 거리’로 해서, 어느 시점에 비친 현실이 가장 진실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심리적 거리(心理的 距離, psychical distance)란 ‘우리가 시(시조)를 앞에 두고 시(시조)에 표현된 행위나 인물이나 정서들이 절박한 실제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감각기관의 인식’이라고 말한다. 그 목적은 ‘시(시조)를 공리적 관심으로부터 분리하는 곳’에 있고, 그로써 시는 특수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를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면 ‘미적 거리’라고 말해야만 될 것 같다. ‘미적 거리’란, 한 마디로 ‘고요하고 맑게 비운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고전 ‘중용’(中庸)에서 밝히는 ‘중’(中)의 상태일 듯싶다. 중용의 제1장을 펼치면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희로애락지미발 위지중)이란 말이 나온다. 이는,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아직 드러나 내보이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고 일컫는다.>라는 말이다. 허심탄회한 마음의 상태이다. 이렇듯 시(시조)를 감상할 때 시(시조)를 감상하는 사람이 자기의 개인적이고 공리적인 관심을 버리는 마음 상태를 ‘미적 거리’(미적 거리, aesthetic distance)라고 한다. 이런 마음의 상태를 가리켜서 흔히 ‘초연하다.’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관조의 태도’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의 객관성이 부여된다. 이 거리는 시(시조)의 미적 가치를 제대로 누리기 위한 마음 상태이다. 시간적이나 공간적인 거리가 아니라 내면적 거리를 이른다. 지금도 이런 마음 상태에서 다음의 절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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