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절 기다란 소리로 탄식하고
暎歎之淫液之何也 對曰 恐不逮事也(영탄지음액지하야 대왈 공불체사야).
“기다란 소리로 탄식하고 성조(聲調)가 오래되어 끊어지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마주하여 말했다. “일에 미치지 못함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기다란 소리로 탄식하고 ‘내재율’의 운치가 오래되어 끊어지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마주하여 말했다. “일에 미치지 못함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녹시 생각]
이 절에서 ‘성조’는 ‘앙모하는 정이 길이 끊어지지 않음을 본뜬 것’이라고 본다. 참여하지 못하고 앙모하기만 할 것을 걱정했다는 뜻이다. 시조에서도, 그 ‘내재율’에 직접 몸으로 느끼지 못함을 걱정할 정도라면 오래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시(시조)는 생명을 지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목소리도 지니고 있다. 그 목소리를 독자가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시조는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목소리를 듣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가리켜서 시(시조)의 ‘어조’(語調)라고 한다. 시(시조)를 한 담화의 양식으로 보았을 때 이 어조는 시(시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인 대상이 된다고 한다. 시어의 의미는 어조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조는 제재와 독자라든가 때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시인의 태도로 정의된다고도 본다. 바로 ‘목소리’의 비유라는 말이다.
시인은 단순히 작품의 내용만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시인이 어떤 상태의 마음에서 특별한 방법이나 시각으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다. 시인이 시(시조)를 지을 때는 어떤 감정 상태이거나 비판하는 견해거나 어떤 깨달음을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로서 그에 맞는 목소리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딱딱하거나 부드럽거나 거만하거나 겸손하거나 냉정하거나 등의 감정적 어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시인이 어떤 목소리를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먼저 시(시조)의 내용에 대한 시인의 태도와 입장이 결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시(시조)의 목소리는 바로 그 시인의 개성이다. 그의 천성적인 기질과 그 널리 알려진 바탕이 작품 안에 담겨 있다.
'시조의 악기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5절, '무'에서 꿇음에 바른편 무릎은 땅에 대고(역: 녹시 김 재 황) (0) | 2022.03.29 |
---|---|
제54절, 손발을 힘차게 들고 땅을 힘차게 밟음이(역: 녹시 김 재 황) (0) | 2022.03.29 |
제52절, 무릇 '무'의 '조심함을 갖춤'이(역: 녹시 김 재 황) (0) | 2022.03.28 |
제51절, 빈모 '가'라는 사람이(역: 녹시 김 재 황) (0) | 2022.03.28 |
제50절, 종 울림소리는 굳고 강하다(역: 녹시 김 재 황) (0) | 2022.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