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에 서면
김 재 황
부드러운 물결이 몰려와서
살랑살랑 굳은 발바닥을 주무르고
먼 섬의 젖은 소식도 실어다가
자잘하게 내 바로 앞에 펼쳐 놓는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갈매기는 귀찮게 보채는데
부스스 사철쑥은 일어나서 눈을 비빈다,
차츰차츰 다가서면서 그리고
조금씩 물러나면서 나에게
두 팔로 커다랗게 하트를 그리는 바다
도란도란 속삭임이 귓전에 앉고
물방울과 모래알들도
다 함께 깨끗해져서 맑게 반짝인다,
가장 한가로운 이 순간
저 하늘에서 내린 마음 한 자락이
수평선과 기쁘게 맞닿아 있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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