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그리움으로
김 재 황
원래 부끄럼을 잘 탔었나 보다
작은 꽃망울조차도 차마 보이지 못하고
몰래 안으로만 숨겨 왔기에
너는 옛 동산의 이름난 나무가 되었다,
너무 큰 수줍음으로 하여
네 몸 가릴 곳 많고도 많아
손 닮은 잎사귀를 그렇듯 많이 지녔는가,
아름다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
아니, 안 보이려고 할수록 불거져서
붉은 볼이 되고 달콤한 입술이 되니
어찌 사랑받기에 마땅하다고 아니하겠는가,
그동안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네 이름이 잊히기는커녕 오히려
푸른 그리움으로 남아서 출렁거리는구나,
누구든 고향을 향하여 떠날 때
마음에 너를 그리지 않는 이가 없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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