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을 보면
김 재 황
어느 부엌에 걸린 너를 보면
그 집의 후한 인심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껏 그 크고 우묵한 가슴으로
얼마나 많은 이의 배고픔을 달래 왔을까,
네가 마당 한쪽에 내어 걸리니
그 하루는 즐거운 잔칫날
온 동네 사람들이 배를 두드릴 수 있다,
너를 위해 마른 장작을 지피고
김이 무럭무럭 날 때까지 기다리면
복사꽃과 살구꽃이 피었다가 진다,
지은 밥을 모두 퍼서 골고루 나누어 주고
밑바닥에 마지막으로 남은 누룽지
또 그 숭늉 맛을 무엇이 따를 수 있겠는가,
남에게 많이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기에
너는 끝까지 뜨거움을 참아야 한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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