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퍼짐한 함지박
김 재 황
믿음이 가는, 그 펑퍼짐한 엉덩이
만지면 살결이 더없이 부드럽고
안아 보아도 전혀 무겁지 않아서 좋다,
쌀쌀하지 않은 성품으로,
언제나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놓아둔 자리에서 할 일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높이 쌓은 믿음을 지녔기에
그 오랜 나이테를 무늬로 빚어 안고
묵묵히 제 길을 걷고 있는가,
무엇이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모두
소중히 가슴에 안을 텐데,
배고픔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오곡백과의 갈무리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리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눈이 펑펑 쏟아져도 잠들지 않는
넓은 사랑을 네 가슴에 가득 지녔으니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겠구나, 너는.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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