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편
서울의 봄
김 재 황
잠에서 나온 숲이 기지개를 벌이는데
슬픔을 더듬다가 산자락을 끄는 물결
달려온 급행열차가 새벽 강을 건넌다.
꽃눈을 부추기는 아지랑이 손짓 따라
알몸에 뜨는 달에 비단옷을 입히려고
아득히 색감 헹구면 일어서는 잠수교.
여울이 바닥에서 건져내는 산 그림자
하얗게 졸리다가 하늘하늘 엷은 입김
유람선 파란 고동을 자갈밭에 말린다.
어두운 골짜기에 즐겨 사는 불빛들도
일찍이 옷을 벗고 물소리에 취하는데
살며시 눈뜨는 하늘 지나치는 실바람.
믿음이 닦은 길을 달려가는 다짐이여
우거진 숲 마음을 물거울에 비춰보는
도심엔 풀린 늪으로 물총새가 내린다.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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