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기행] 편
태안해안국립공원
김 재 황
세월에 파인 돌은 저와 같이 정겨운데
그 숨결 더워 오는 학암리의 흰 모래밭
앞바다 작은 섬들이 굵은 땀을 흩고 있다.
줄기찬 저 칭얼댐 이 바닷가 기어올라
만리포 푸른 물을 거울처럼 열어 놨나
모여든 소나무들이 작은 얼굴 씻고 있다.
달궈진 마음들이 돌이 되어 쌓인 자리
저물녘 안흥성을 눈물 젖어 바라보면
태국사 낡은 뜰 아래 나라 손님 오고 있다.
이 작은 통통배로 어느 때쯤 닿게 될까,
멀찍이 둥지 지어 알을 낳는 갈매기여
난도에 긴긴 명상을 동백꽃은 엮고 있다.
모래알 반짝임이 너무나도 눈이 부셔
썰물을 따라가면 드러내는 검은 살결
몽산포 그 허리춤에 조개들이 살고 있다.
한여름 쏟아지는 무더위를 이고 앉아
언젠간 염주 꿰어 목에 걸 날 손꼽으며
눈감은 모감주나무 노란 꿈을 풀고 있다.
구르는 조약돌이 이야기를 입에 물면
태초에 알몸으로 마냥 웃던 그 사람들
안면도 졸린 방포는 큰 물살만 세고 있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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