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 바람은 절로 맑고/ 권호문
[원본]
바람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다
竹庭松楹애 一點塵도 업스니
一長琴 萬軸書 더욱 蕭灑하다.
[역본]
바람은 그리 맑고 달도 또한 그리 밝다
대숲과 솔의 기둥 한 티끌도 안 지니니
보이는 가야금과 책 속되지가 않구나.
[감상]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이다. 본관은 안동(安東), 이황의 외종손으로 그 문하(門下)에서 글을 배웠다. 자(字)는 ‘장중’(章仲)이고 호(號)는 ‘송암’(松巖)이다. 1561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청성산(靑城山) 아래에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은거했으며, 이황(李滉)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동문들은 그의 학행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훗날, 내시교관(內侍敎官) 등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관물당(觀物堂)에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독락팔곡(獨樂八曲)이 전한다.
‘죽정송영’에서 ‘죽정’은 ‘대나무 숲이 있는 정원’이고 ‘송영’은 ‘당상(堂上)에 있는 소나무 기둥’이다. 또, ‘일점진’은 ‘한 점의 티끌’이요, ‘일장금’은 ‘한 대의 가야금’이요, ‘만축서’는 ‘만 권의 책’이다. 이 시조는 연시조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 중의 11에 해당한다. 대숲과 기둥만 티끌이 없는 게 아니라, 작가 자신도 티끌 없는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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