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北天이 맑다커늘/ 임제
[원본]
北天이 맑다커늘 雨裝업시 길을 나니
山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마자시니 얼어 잘까 하노라.
[역본]
북쪽하늘 맑다기에 비옷 없이 길 떠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또 들에는 찬비 오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춥게 잘 것 같구나.
[감상]
임제(林悌 1549~ 1587)는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자(字)는 ‘자순’(子順)이고 ‘호’(號)는 ‘백호’(白湖) ‘풍강’(楓江) ‘소치’(嘯癡) ‘벽산’(碧山) ‘겸재’(謙齋) 등으로 불렀다. 본관은 나주(羅州)라고 한다. 1577년 문과에 급제하였고 벼슬살이도 하였으나, 즉 선조 때에 등재(등재)하여 예조정랑(禮曹正郞)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벼슬에는 뜻이 없어서 명상대천(名山大川)을 두루 찾아다니며 멋지게 풍류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39세에 요절한 천재로, 기풍이 호방하고 재기가 넘친다는 평을 듣는다.
이 시조는 임제가 평양 기생 한우(寒雨)에게 준 ‘한우가’(寒雨歌)라고 한다. 그녀의 이름인 ‘한우’를 풀어서 짐짓 ‘찬비’라고 했다. 말하자면 중의어(重義語)이다. 초장의 첫 음절이 ‘북창(北窓)이’로 되어 있는 기록도 있다. 물론, 이 시조를 받은 기녀 ‘한우’도 멋지게 시조로 화답하였다. 그 종장이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로 되어 있다. ‘얼어 잘까’에 ‘녹아 잘까’니, 참으로 기막힌 대답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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