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窓 밧긔 픠온 菊花 / 작가 미상
[원본]
窓 밧긔 픠온 菊花 어제 픤다 그제 픤다
나보고 반겨 픤다 九月이라 미처 픤다
아해야 盞 가득 부어라 띄워 두고 보리라.
[역본]
창 밖에 핀 국화는 어제 폈나 그제 폈나
나를 보고 반겨 폈나 9월이라 놀라 폈나
여봐라 잔 꽉 부어라 띄운 국화 보리라.
[감상]
이 작품은 고금가곡(古今歌曲) 안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아주 단순한 듯싶으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다. 우선 초장을 본다. ‘픤다’의 뜻이 풀이하기에 어렵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보아서 나는 ‘폈나’를 골랐다. 문득 창 밖을 보니 국화가 피어 있다. 그리 핀 지는 오래지 않은 듯싶어서 ‘어제 폈을까 그게 폈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장으로 가면, 피어 있는 국화가 그냥 피어 있는 게 아니라, 핀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즉, ‘나를 보고 반겨 피었나’라고 자기와 연관을 지어 보다가, 아니지 ‘9월이라 꽃 필 때가 되니 잊고 있다가 놀라서 피었나’라고 반문한다. 여기에서 ‘미처’가 혼란을 준다. ‘미처’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등으로 쓰는 말인데 중장에 툭 튀어 나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그래서 나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놀라’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 마땅히 9월이면 국화는 피어야 한다. 아무튼 국화가 피었으니 술 한 잔이 어찌 없으랴. 술에 국화를 띄워 놓고 마시는 멋이 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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