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窓 밧긔 픠온 菊花 /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19. 12:38

33.  밧긔 픠온 菊花 / 작가 미상

 

[원본]

 

밧긔 픠온 菊花 어제 픤다 그제 픤다

나보고 반겨 픤다 九月이라 미처 픤다

아해야 가득 부어라 띄워 두고 보리라.

 

 

 

[역본]

 

창 밖에 핀 국화는 어제 폈나 그제 폈나

나를 보고 반겨 폈나 9월이라 놀라 폈나

여봐라 잔 꽉 부어라 띄운 국화 보리라.

 

 

 

[감상]

 

  이 작품은 고금가곡(古今歌曲) 안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아주 단순한 듯싶으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다. 우선 초장을 본다. ‘픤다의 뜻이 풀이하기에 어렵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보아서 나는 폈나를 골랐다. 문득 창 밖을 보니 국화가 피어 있다. 그리 핀 지는 오래지 않은 듯싶어서 어제 폈을까 그게 폈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장으로 가면, 피어 있는 국화가 그냥 피어 있는 게 아니라, 핀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 ‘나를 보고 반겨 피었나라고 자기와 연관을 지어 보다가, 아니지 ‘9월이라 꽃 필 때가 되니 잊고 있다가 놀라서 피었나라고 반문한다. 여기에서 미처가 혼란을 준다. ‘미처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등으로 쓰는 말인데 중장에 툭 튀어 나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그래서 나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놀라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 마땅히 9월이면 국화는 피어야 한다. 아무튼 국화가 피었으니 술 한 잔이 어찌 없으랴. 술에 국화를 띄워 놓고 마시는 멋이 있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