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어와 가고지고/ 작가 미상
[원본]
어와 가고지고 내 갈대를 가고지고
갈대를 가게 되면 볼 사람 보련마는
못가고 그리노라 하니 살든 애를 서기노라.
[역본]
참으로 가고 싶네, 갈 데를 가고 싶네
갈 데를 가게 되면 볼 사람 보겠는데
못 가고 그리워하니 지극한 맘 썩는다.
[감상]
이 작품은 고금가곡(古今歌曲)에 수록되어 있다. 특징은 순우리말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문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선비는 아닌 듯싶고, 순수한 농삿군이 아닌가 여긴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어와’라는 단아이다. 이는, 고시조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단어인데, 이는 고어로 시조나 가사에서 가락을 맞추기 위하여 쓰는 감탄사이다. 궂이 현대어로 바꾼다면 ‘아!’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는 궁리 끝에 ‘참으로’라고 풀이하였다. ‘가고지고’에서 ‘-지고’는 ‘하고자 하는 욕망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가고지고’를 ‘가고 싶네’로 풀었다. 또 마음을 크게 쓰도록 만드는 음보가 있다. 그게 ‘살든 애’인데, 이는 ‘자상하고 지극한 마음’이라고 한다. 나는 이를 가락에 맞게 ‘지극한 맘’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초장은 가고 싶은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중장은 그까닭을 말하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종장은 못 가고 그리기만 하여 그 맘이 썩을 수밖에 없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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