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엊그제 쥐비즌 술을/ 작가 미상
[원본]
엊그제 쥐비즌 술을 酒桶잇재 메고 나니
집안 아희들은 허허쳐 웃는고야
江湖에 봄간다하니 餞送하려 하노라.
[역본]
엊그제 빚은 술을 술통째로 메고 나니
함께 사는 아이들이 손벽 치며 웃는구나
시골에 봄 간다 하니 잘 보내려 한단다.
[감상]
이 작품은 ’청구영언 진본‘ 427 등에 실려 있다. ’쥐비즌 술‘은 ’손으로 주물러서 담근 술‘이란 뜻이다. 나는 이를 좀 점잖게 ’빚은 술‘로 하였다. ’주통‘은 ’주준‘(酒樽)이라고도 하는데 ’술통‘을 이른다. ’허허쳐‘에서 ’허허‘는 웃는 소리이고 ’쳐‘는 손뼉을 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손뼉을 치며 웃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나는 ’강호‘를 그냥 ’시골‘로 풀었다. ’전송‘은 ’전별하여 보냄‘을 말한다. 또 ’전별‘은 ’떠나는 사람에게 잔치로써 이별하여 보냄‘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냥 보내는 게 아니라, 작은 잔치라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술통을 멜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작품은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초장에서는 자신이 술통을 메고 나선다. 그리고 중장으로 가면, 그 모양을 보고 집안의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즐겁게 웃는다. 가화만사성. 참으로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종장으로 간다. 멋진 끝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봄이 간다니, 작은 잔치라도 열고자 하는 마음이 참 멋지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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