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술 어드면 벗이 업고 /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1. 16:33

60. 술 어드면 벗이 업고 / 작가 미상

 

[원본]

 

술 어드면 벗이 업고 벗 어드면 술이 업다

오늘은 무슨 날고 술 잇고 벗 잇다

두어라 二難幷이니 終日醉하리라.

 

 

 

[역본]

 

술 얻으면 벗이 없고 벗 얻으면 술이 없다

오늘은 어쩐 날로 술이 있고 벗도 있다

두 힘듦 둘이 합쳐지니 하루 내내 취하리라.

 

 

 

[감상]

 

  작가를 알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이 작품은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어떤 고결한 선비가 그 이름을 숨겼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원래, 술이란 것은 벗이 있어야 그 흥취가 높아진다. 가장 믿는 사람과 마시는 술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초장을 본다. 어쩌다가 술을 얻게 되면 함께 마실 벗이 있어야 하는게 벗이 곁에 없다. 그게 바로 세상 일이다. 어디 모든 일이 사람마음대로 척척 이루어지던가? 중장으로 간다. 그런데 어쩐일이지 그날은 술도 있고 벗도 있다. 이를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초장에서는 없다가 반복되고 있으나, 중장에서는 있다가 반복되고 있다. 작품을 짓는 데는 이런 기교도 필요하다. 읽는 재미를 크게 더하여 준다. 이를 나는 의도적이라고 본다. 벗과 술이 한자리에 있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작가는 이난병이라고 했다. 이게 시조의 흐름 중 마디’()에 속한다. , 작품에서 핵심이다. 그러니 어찌 취하게 술을 안 마실 수 있나. 이게 풀림’()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